미-이란 '응징과 보복' 악순환에 빠졌다

2026-07-20 13:00:37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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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습 확대·이란, 중동전역 맞불

전면전 재개 위험 커져 유가 급등

미국과 이란이 다시 ‘응징과 보복’의 악순환에 빠지면서 전면전 재개 위험이 한층 커지고 있다. 군사시설을 넘어 상대방이 ‘레드라인’으로 여기는 기반시설까지 공격하기 시작한 데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충돌도 격화하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7월 19일(현지시간) 아르바인(Arbaeen) 추모행사를 앞두고 시아파 무슬림 순례객들이 피살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초상이 새겨진 깃발을 들고 이라크 성지 카르발라(Karbala)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매년 수많은 순례객이 아르바인을 앞두고 이라크의 성지 나자프(Najaf)와 카르발라로 모여든다. AFP=연합뉴스

양측이 가까스로 마련했던 종전 양해각서(MOU)는 지난달 말부터 빠르게 흔들렸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을 공격하고 미국이 공습으로 맞대응하면서 시작된 충돌은 이달 들어 보복과 재보복이 반복되는 양상으로 번졌다.

특히 지난 17일(현지시간) 요르단의 미군 기지가 이란의 공격을 받아 미군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면서 확전 우려가 급격히 커졌다. 휴전 이후 이란의 직접 공격으로 발생한 첫 미군 사망자였다. 이튿날 이라크에서도 이란 드론의 불발탄을 해체하던 미군 1명이 숨졌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즉각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미사일·드론 시설과 방공망 등을 겨냥한 공습을 확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숨진 장병들을 언급하며 “매우 슬픈 일”이라고 밝혔고,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은 “그들의 희생은 우리의 결의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에서는 사실상 휴전 체제가 무너졌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MOU의 남은 부분까지 허물어지고 있다고 평가했고, CNN은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사실상 붕괴했다고 진단했다.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도 양국이 전면전 재개에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미국은 중동 지역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WP에 미국이 더 큰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며 역내 군용기 배치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고, NYT도 영국과 독일의 F-35·F-16 전투기가 이스라엘로 전진 배치되고 있다고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의 군사시설을 공습하는 수준을 넘어 향후 하르그섬 등 이란의 전략 거점을 장악하거나 지상군을 투입하는 방안까지 다시 거론되고 있다.

공격 대상과 범위도 위험한 수준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미국은 이란의 교량과 각종 기반시설을 공격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합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발전소까지 타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란은 자국 남서부에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소가 미군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란 역시 공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뿐 아니라 오만과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라크 등으로 공격 지역이 넓어졌다. 물 부족이 심각한 걸프 지역의 담수화·전력 시설까지 공격 대상이 되면서 민간 피해와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AP는 양측이 서로의 ‘레드라인’을 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충돌의 불똥은 곧바로 국제 원유시장으로 튀었다. 1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미 동부시간 오후 6시 2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3.12% 오른 배럴당 90.85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가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6월 11일 이후 처음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도 3.10% 오른 배럴당 85.05달러를 기록했다.

일시적 급등도 문제지만 시장은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 봉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지나는 이 해협에서 선박 통행이 급감한 가운데 미-이란 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질 경우 걸프 지역의 원유 수출 자체가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을 장악하려 하거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친위 세력인 후티 반군을 통해 홍해 항로까지 위협할 경우 충격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중동의 양대 에너지 수송로가 동시에 흔들리는 양상이다.

일부에서는 군사적 충돌이 외교적 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 수단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지금 같은 흐름이 계속될 경우 생각처럼 통제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미-이란의 ‘응징과 보복’ 악순환이 중동의 위기감을 넘어 세계 경제의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커지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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