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지하 핵시설 추가 타격 예고
이란 “공격땐 모든 미국 자산 타격”
전쟁비용 55조원, 국방예산 고갈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지하 핵시설에 대한 추가 타격을 예고하자 이란군은 핵시설이 공격받을 경우 중동 내 모든 미국 자산을 보복 타격하겠다고 맞섰다. 미국의 이란 전쟁 비용은 이미 375억달러(약 55조5000억원)에 달한 가운데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 위협과 이란의 역내 공격까지 겹치며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2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이 이란 핵시설과 다른 중요 시설을 공습한다면 중동 내 분쟁을 고조시키겠다는 뜻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일이 발생하면 미국의 모든 자산을 비롯해 그 동맹국과 배후 세력의 자산은 이란 이슬람공화국 군대의 단호한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달 초 미국과 무력충돌이 재개된 이후 이란은 주로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해왔지만 미국이 핵시설을 타격할 경우 에너지 인프라와 금융기관, 데이터센터 등 비군사시설까지 공격 범위를 넓힐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과 회담하던 중 이란 나탄즈(Natanz) 우라늄 농축시설 인근의 이른바 ‘곡괭이산’(Pickaxe Mountain)에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진 지하 핵시설을 조만간 공격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우리는 조만간 그 지역을 매우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라며 “그들이 핵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장소가 있다면 어느 곳이든 매우, 매우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국방부) 장관은 21일 연방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군이 곡괭이산 지하 핵시설을 실제 파괴할 능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의 많은 능력은 기밀”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란과의 전쟁에 “현재까지 375억달러가 투입됐다”고 밝혔다. 일부는 지금까지 실제 발생한 비용이며 군인 급여와 운영·유지비 등에는 오는 9월 30일 회계연도 말까지 예상되는 비용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 요청한 추가 예산 876억달러 가운데 약 670억달러가 국방부 관련 예산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이 홍해 봉쇄에 나설 경우에도 직접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후티의 봉쇄 가능성에 대해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우리가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티는 친미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를 겨냥해 홍해와 아라비아해를 잇는 핵심 길목인 바브엘만데브(Bab el-Mandeb)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실제 봉쇄가 시작되면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해 후티를 직접 타격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란의 핵무기 확보를 저지하는 것이 전쟁의 핵심 목표라며 북한의 핵 개발 사례도 거듭 언급했다.
이란도 역내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쿠웨이트 알살렘 기지 인근과 부비얀섬의 주요 레이더 시설을 공격해 무력화했다고 주장했다. 쿠웨이트 국방부도 이란의 미사일과 무인기 공격을 방공망이 요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의 긴장은 국제 원유시장에도 반영됐다. 21일 9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배럴당 91.01달러로 2.01%,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4.91달러로 2.02% 올랐다. 미국의 핵시설 추가 타격 가능성과 이란의 전면 보복 경고, 홍해 봉쇄 위협까지 맞물리면서 미·이란 충돌이 군사시설을 넘어 에너지·금융 인프라까지 확산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