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포상 198건 취소…과거사 서훈 정비 확대
경찰, 173건 추가 재검토 … 국정원·국방부도
이근안 추가 취소 가능성 … 포상금 환수는 불가
정부가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진압, 계엄 업무, 간첩조작 사건 등에 연루된 인사들에게 수여된 정부포상 198건을 취소했다. 경찰도 민주화운동 탄압과 인권침해 사건 관련 정부포상 173건을 추가 재검토하는 등 과거사 서훈 정비를 확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1일 국무회의에서 167명에게 수여된 정부포상 198건에 대한 서훈 취소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대상은 1980~1981년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진압, 계엄 업무 관련자 76명에게 수여된 무공훈장·무공포장 76건과 1960~1990년대 간첩조작 사건 연루자 91명에게 수여된 훈·포장, 대통령표창, 국무총리표창 122건이다.
소관 기관별로는 국방부 76건, 경찰청 36건, 국가정보원 86건이 포함됐다. 정부는 국방부·경찰청·국가정보원과 함께 포상의 적절성을 재검토한 뒤 당사자와 유족 의견을 청취하고 공적심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취소를 확정했다.
취소 대상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남영동 대공분실 책임자였던 박처원 전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장이 받은 녹조·홍조근정훈장과 대통령표창 등 4건, 올해 3월 사망한 이른바 ‘고문 기술자’ 이근안의 국무총리표창 1건도 포함됐다.
국방부는 지난 3월 12.12 군사반란 관련 충무무공훈장 10건을 취소한 데 이어 이번에 무공훈장과 무공포장 76건의 서훈을 취소했다. 이 가운데 ‘국가안전보장 유공’으로 서훈받은 42명은 전투에 준하는 공적이 없었고, ‘계엄업무 유공’으로 서훈받은 34명은 헌정질서를 파괴한 내란행위에 조력한 것으로 판단돼 상훈법상 거짓 공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창설 이후 수여된 정부포상 약 10만건을 전수조사해 민주화운동 탄압과 불법체포, 가혹행위 등이 확인된 사건을 중심으로 재심사를 진행했다. 이번에 취소된 36건 가운데 남민전 사건이 29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삼척 고정간첩단 사건 2건, 서울대 무림사건 3건, 함주명 간첩사건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사건 각 1건도 포함됐다. 경찰은 이들 사건과 연관된 장관표창 51건에 대해서도 관계기관에 취소를 요청했다.
추가 정비 작업도 계속된다. 여태수 경찰청 인사담당관은 이날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정부포상 약 10만건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민주화운동 탄압과 인권침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관련 사건 등을 대상으로 정부포상 173건을 추가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 담당관은 이근안 전 경감과 박처원 전 치안감 등에 대한 추가 서훈 취소 가능성과 관련해 “현재 확보된 자료만으로는 거짓 공적 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추후 서훈 취소가 필요한 사실이 새롭게 확인되면 다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도 중앙정보부 창설 이후 수여된 포상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재심 무죄가 확정된 17개 사건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및 국정원 진실위원회가 지적한 2개 사건 등 모두 19개 사건에서 수사절차 위반과 인권침해가 확인됐다. 이에 따라 재일동포 간첩사건, 보성 가족 간첩단 사건, 제주 모녀 간첩 사건 등과 관련한 정부포상 86건의 취소를 요청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반헌법적 행위와 간첩조작 사건 등에 부적절하게 수여된 정부포상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정비해 나갈 방침이다.
다만 이미 지급된 포상금은 환수되지 않는다. 현행 상훈법에 환수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훈장에 따른 연금 등 부가 혜택은 박탈되며, 이미 지급된 연금은 국가채무 관계에 따라 최근 5년분만 환수할 수 있다.
장세풍·김신일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