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찰의 사회적 약자 보호를 다시 묻는다
용기를 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러 온 시민들이 나중에 문을 나설 때마다 어떤 심정일지 자문하곤 한다. 저 분은 지금 ‘경찰을 찾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계실까. 사회적 약자 보호란 결국 이 물음에 답하는 일이다.
아직도 경찰이라고 하면 범인을 검거하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경찰이 사회적 약자 보호를 핵심 책무로 삼아온 역사는 꽤 깊다.
2002년 경찰청에 전담 조직으로 ‘여성청소년과’를 신설한 이래, 학교전담경찰관(2012년), 피해자전담경찰관·여성청소년수사팀(이상 2015년), 학대예방경찰관(2016년), 스토킹담당경찰관(2021년)에 이르기까지 전담 체계를 꾸준히 확장해 왔다. 여성·아동·청소년·노인·장애인 대상 범죄는 그 구조적 원인과 피해자의 취약성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피해자 중심의 대응 역량을 다져온 발자취였다.
경찰이 지켜온 원칙은 단순하다. 가해자는 단호히 분리하고, 피해자는 촘촘히 보호하는 것이다. 전자장치 부착·유치·구속으로 위험의 근원을 격리하는 한편, 신고 이력을 관리해 고위험군을 지속해서 살피고 지능형 CCTV와 민간경호 등으로 일상의 안전을 두텁게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사회적 약자 보호의 기틀이 단단해진 것은 사실이나, 범죄의 집요함과 보복의 두려움이 커질수록 경찰을 향한 국민의 기대와 비판의 목소리 역시 엄중해지고 있다.
경찰 향한 국민의 기대와 비판 엄중해져
지난 3월, 남양주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사건을 비롯한 관계성 범죄의 비극들은 초기 개입의 공백을 거듭 드러냈고, 경찰은 그 사각지대를 제도 보완으로 메워 왔다. 특히, 스토킹은 강력범죄의 전조증상이므로 초기부터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관계없이 모든 스토킹 신고를 사건 처리하고, 접수 당일 조사와 피해자 방문 조사 등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강제 분리가 어려웠던 교제폭력 분야도 사실혼의 범위를 넓게 적용해 ‘가정폭력처벌법’상 임시조치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호의 공백을 좁혀가고 있다.
이처럼 제도를 정비해 왔음에도, 형사사법체계 개편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수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진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경찰을 향한 준엄한 지적은 곧, 피해자의 눈높이에서 정책의 실효성을 다시 점검하라는 요구와 맞닿아 있다. 그래서 앞으로 경찰이 스스로 던질 질문은 하나다. ‘우리가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피해자들이 경찰의 수사와 피해자 안전 확보를 위한 노력에 납득하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가’이다.
제도가 최일선 치안 현장에서 온전히 작동하려면 부단한 교육과 점검이 뒤따라야 한다. 피해자의 눈높이와 맞춰 가는 역량을 길러 나가고, 동시에 범죄피해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진단하는 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경찰 조직도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먼저 지난 6월부터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에 범죄피해자보호과를 신설해 경찰의 모든 단계에서 피해자 보호 및 일상 회복을 지원하고 있으며, 종국에는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총괄 기구로 여성청소년안전국을 신설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다.
국민이 체감하는 보호로 완성해야
서두에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이 늘 “그렇다”가 될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의 안전 확보를 위한 경찰의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