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성희 전국학교도서관모임 사무처장
“재미있고 열린 학교도서관, 정책 관심 필요”
교육과정 연계·전문인력 확충 중요 … “민주시민에게 필요한 정보활용 역량 기르는 공간”
7월 초 교육부의 ‘학교 독서교육 활성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학교도서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학교도서관은 지난 20여년 동안 꾸준히 성장했다. 2003년 80.4%였던 학교도서관 설치율은 2024년 98.4%로 높아졌다. 그러나 동시에 학생 1인당 대출 수와 이용률은 감소하거나 정체된 모습을 보인다. 도서관 활용수업도 많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학교도서관을 설치하는 단계를 넘어 학교도서관 활성화 등 질적 성장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전국학교도서관모임은 2001년 출범, 학교도서관과 독서교육 발전을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29일 인천시 북부교육지원청에서 만난 이성희 전국학교도서관모임 사무처장(인천 단봉중학교 교장)은 “학생을 평생 독자이자 질문하는 독자, 자기주도적 학습자로 성장시키기 위한 구체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학교도서관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1999년부터 학교도서관을 직접 만들고 운영했다.
●학교도서관은 어떻게 성장해 왔나.
처음 교사로 발령받은 1999년만 해도 학교도서관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다. 2000년을 전후해 변화가 시작됐다. 2001년 도서관계와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등이 ‘학교도서관 살리기 국민연대’를 창립했다. 이어 정부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3000억원을 투입하는 학교도서관 활성화 종합방안을 시행했다. 2006년 독서문화진흥법, 2007년 학교도서관진흥법이 제정되며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학교도서관의 현 발전 정도를 어떻게 평가하나.
학교도서관의 3가지 요소는 공간과 자료 사람이다. 공간과 자료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학교도서관 설치율이 높아진 것은 물론, 2014년과 2023년을 비교하면 학생 1인당 장서 수는 25.7권에서 39.9권, 자료구입비는 2만657원에서 3만4407원으로 증가했다. 2016년 공립학교 사서교사도 555명에서 2026년 1702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2022년 기준 전담인력 배치율은 54.2%에 그쳤다. 학생 1인당 대출 수는 2014년 21.9권에서 2023년 17.2권으로 감소했고, 연간 이용자 수와 이용률은 정체 또는 감소 추세다. 도서관 활용수업 비율 역시 낮은 수준이다. 학교도서관이 질적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학교도서관에 애정을 갖게 된 계기는.
첫 발령지에는 학교도서관이 없었다. 집에 있던 책 200여권을 가져와 교무실 자리에서 학생들에게 빌려주기 시작했는데 늘 책을 빌리러 온 아이들로 가득 찼다. 그 모습을 보면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도서관 운영과 도서 분류법을 공부하고 기증운동을 통해 책을 모았다. 도서부 학생들과 방학 동안 책을 분류하고 전산화했다. 그렇게 1999년 처음 학교도서관을 열었다. 이후 학교를 옮겨 다니며 모두 3곳의 학교도서관을 만들었다. 학생들이 언제든 책을 읽거나 빌릴 수 있도록 자리를 도서관으로 옮기고 수업도 그곳에서 진행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고 일주일에 2번은 밤 9시까지 운영했다.
●도서관 운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원칙은 무엇인가.
재미있는 도서관, 열린 도서관, 모두의 도서관이다. 도서관이라고 하면 정숙하고 딱딱하며 무거운 공간을 떠올리기 쉽지만 학교도서관은 그 무게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학교도서관의 주인은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등 이용자다. 이들과 소통하며 모두가 쉬어 가는 ‘방앗간’이 되도록 했다.
●학생들에게 독서가 필요한 이유는.
청소년기에 읽은 책은 오래 남고 삶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독서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세상의 변화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도록 돕는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방대한 정보 속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디지털 문해력과 비판적 문해력을 기르는 데 독서는 기본이 된다. 독서를 통해 다양한 삶과 생각을 간접 경험하며 타인과 세상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독서는 ‘어른이 될 나를 만드는 재료’다.
●학교도서관은 학생들이 역사 인식과 시민의식을 기르는 데 기여할 수 있나.
역사 인식과 시민의식은 하나의 정답을 암기한다고 형성되지 않는다. 여러 자료를 비교하고 서로 다른 시각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학교도서관은 책과 신문 등 다양한 정보원을 통해 학생들이 근거를 확인하고 스스로 판단하도록 도울 수 있다. 또한 학생들에게 신뢰할 만한 정보를 찾는 방법과 서로 다른 관점을 비판적으로 읽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학교도서관은 단순히 정보를 모아 놓은 장소가 아니라 민주 시민에게 필요한 정보활용 역량을 기르는 교육 공간이다.
●도서관 활용수업에는 어떤 교육적 장점이 있나.
학교도서관에서는 다양한 자료를 활용한 수업이 가능하다. 학생이 스스로 자료를 찾고 읽고 탐구하면서 배움의 주체가 될 수 있다.이를 위해 사서교사와 교과교사가 교육과정을 함께 분석하고 수업을 공동으로 설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교도서관진흥법은 어떻게 보완돼야 하나.
법이 처음 제정될 때는 학교도서관을 만드는 일이 중요했다. 이제는 목적과 역할, 운영 방식, 전문인력의 역할을 현 교육환경에 맞게 다시 정립해야 한다. 교육과정과 학교도서관의 연계를 명문화하고 문해력과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교육 지원, 사서교사의 교수 및 교육 역할 등을 분명하게 규정해야 한다. 이미 마련된 법령을 제대로 이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도교육청에 독서교육과 문해력 학교도서관 등을 담당하는 전담팀을 설치하고 전문성을 지닌 장학사와 교원을 배치해야 한다.
또한 학교도서관의 역할은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의 전문성으로 완성되는 만큼 적절한 인력을 배치하고 전문성을 지속해서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