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영하 밀리웨이브 대표

“비면허 대역에선 한국 벤처가 '세계 최고' 될 수 있어”

2026-07-28 13:00:03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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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시장 … 60GHz 무선통신 관련 종합 기술력 확보

전파는 한정된 국가 자원으로 정부가 관리한다. 사용하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통신이나 방송 등에 쓰이는 주파수가 대표적으로 정부에 사용목적과 사용구역 등을 신고한 뒤 허가받아 쓰는 전파다. 이에 반해 허가 없이 쓸 수 있는 주파수가 있다. 비면허주파수로 불리는 생활과 산업에서 많이 사용되는 주파수다. 와이파이 블루투스 고속도로하이패스 등과 같이 허가 없이 무선기기에 사용되는 주파수다. 내일신문은 전파관련 산업 내에서 비면허 주파수의 역할과 현황을 살펴봤다.

국내 무선통신 전문 기업인 밀리웨이브는 2023년 한국전파진흥협회(RAPA)가 진행한 ‘비면허 주파수 활용 유망기술 실증’ 사업에 참여했다. 광케이블 등 유선통신망 설치가 어려운 지역에서 대용량 영상정보를 무선으로 전송하는 과제였다. 이 과제에서 밀리웨이브는 유선방송사업자인 서경방송과 함께 경남 진주에서 60기가헤르츠(GHz) 무선통신기술(백홀 시스템)을 활용해 1km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인터넷 기반 방송서비스(IPTV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제공했다.

밀리웨이브가 이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고대역이면서 초광대역 주파수인 60GHz 밀리미터파(mmWave) 대역에서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고대역 주파수는 직진성은 뛰어나지만 저대역 주파수에 비해 도달거리가 짧은 단점이 있다. 간단한 장애물만 있어도 정보를 전송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

밀리웨이브는 60GHz 무선통신 관련 자체 송수신 칩(RF 모듈)과 시스템온칩 소프트웨어(SoC 펌웨어), 시스템SW까지 수직 통합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60GHz 영역에서 통합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2025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예비유니콘’(Baby Unicorn)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최근 4년간 북미·동남아·유럽 시장에서 8건 이상의 의미 있는 상용 서비스 사례를 확보했다. 특히 2024년 미국 보스턴 지역에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리’(Starry)가 구축한 15km 장거리 광역 무선 인터넷 통신망에 장비를 공급했다.

한영하 밀리웨이브 대표는 “비면허 주파수는 막대한 비용이나 규제 장벽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 기술력만으로 시장에서 승부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한국 벤처가 충분히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무선통신 분야에서 30여년 동안 연구·산업 현장을 누벼온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다. 밀리미터파 시스템 설계와 양산화 경험을 바탕으로 ‘국산화’를 넘어 세계 표준을 선도하는 회사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한영하 밀리웨이브 대표가 경기도 광명 연구개발분소에서 비면허 주파수 대역인 60기가헤르츠(GHz) 무선통신기술과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국전파진흥협회 제공

●비면허 주파수 기술을 선택해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무선통신 시장에서 주파수 면허는 막대한 비용과 규제 장벽을 수반한다. 비면허 주파수는 이러한 진입장벽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 기술력 자체로 시장에서 승부할 수 있는 환경이다. 또 비면허 대역을 선택한 것은 기술혁신 속도를 규제 일정에 맞출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60GHz 주파수 대역은 비면허 대역 중 가장 넓은 연속 대역폭인 최대 9GHz를 확보할 수 있어 이론적으로 수십 기가비피에스(Gbps)의 전송 속도가 가능하다. 또한 산소 흡수 특성으로 인해 셀 간 간섭이 자연적으로 억제돼 좁은 공간에 여러 링크를 고밀도로 배치하는 스마트 팩토리나 실내 인프라 환경에 특히 유리하다. 단순히 빠른 통신이 아니라 저지연과 고신뢰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산업현장에 최적화된 주파수 대역이라 판단했다.

●밀리웨이브가 확보한 기술은 뭐가 있나.

핵심 기술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고성능 링크 설계 기술이다. 대표 제품인 ‘airPATH XR'은 60GHz 대역에서 1Gbps 이상의 실질 처리량과 1마이크로세컨드(ms, 1백만분의 1초) 미만의 지연 시간을 실제 환경에서 구현한다. 이 수준 성능을 안정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빔포밍, 링크 적응, 실시간 채널 보상 기술이 자체 개발했다.

둘째 통신·감지 통합(ISAC) 기술이다. 60GHz 신호를 통신과 동시에 레이더 센싱에 활용하는 기술로 단일 장치로 데이터 전송과 공간 인식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이는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 인공지능(AI) 플랫폼의 위치 인식과 환경 매핑에 응용될 수 있는 미래 지향적 기술이다.

셋째 엣지 통합 아키텍처다. 단순한 무선 장비 공급을 넘어 기존 통신망과 밀리미터파, 모바일 엣지 컴퓨팅(MEC)을 통합하는 시스템 설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 실증 사업 참여를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인가.

60GHz 대역 무선통신은 국내에서 아직 생소한 기술이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도 실제 환경에서의 검증 이력이 없으면 고객이 도입을 결정하기 어렵다. 실증 사업은 그 검증 이력을 공신력 있게 쌓을 수 있는 기회였다. 이 때문에 실증 참여로 사업 사례를 확보한 것이 무엇보다 큰 성과다. 정부 과제 참여 이력은 기업 고객과의 상담에서 기술 성숙도를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자료가 된다. 생태계 네트워크 확보도 귀중한 자산이다. 통신사 연구기관 정책관계자들과의 접점이 이후 사업 개발에 지속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다.

●실증사업을 상용화로 어떻게 연결했나.

‘실증사업이 실증에 그친다’는 업계 전반에서 공감하는 현실이다. 실증에서 상용화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밀리웨이브는 실증 사업을 상용화의 ‘전제 조건’으로 두지 않았다. 정부 실증과 병행해 민간 시장에서의 실질적인 계약과 납품을 동시에 추진했다. 실증은 기술을 증명하는 과정이고 매출은 시장에서 만들어야 한다. 정부 지원이 마중물 역할을 하되 사업 지속성은 민간 고객과의 신뢰 관계에서 나온다고 판단했다. 다만 제도적으로는 실증 성과를 공공 조달과 연계하는 정책이 강화되면 업계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다.

●국내외에서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주요 사업은

국내에서는 다양한 수직 산업에서 동시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공시설 분야에서는 한국도로공사 등 교통 시설 사업자들과 협의하고 있다. 60GHz 기반 무선 백홀과 차량 데이터 오프로드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산업 자동화 분야에서는 LG전자와 스마트 팩토리 무선 인프라 협력을 추진 중이다. 의료 로봇 분야에서는 글로벌 기업과 수술 로봇 무선 기술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의 파트너사들과 협력하며 글로벌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피지컬AI와 휴머노이드 로봇 플랫폼이 본격화되는 미국에서 초저지연 무선망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어 주목하고 있다.

제작지원 : 한국전파진흥협회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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