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효훈 더블유아이에스네트웍스 대표
“제품 개발 후 상용화 난제 실증사업으로 해결”
중소기업 제품 상용화에 디딤돌 … 로라(LoRa)는 재난안전 서비스에 최적
전파는 한정된 국가 자원으로 정부가 관리한다. 사용하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통신이나 방송 등에 쓰이는 주파수가 대표적으로 정부에 사용목적과 사용구역 등을 신고한 뒤 허가받아 쓰는 전파다. 이에 반해 허가 없이 쓸 수 있는 주파수가 있다. 비면허주파수로 불리는 생활과 산업에서 많이 사용되는 주파수다. 와이파이 블루투스 고속도로하이패스 등과 같이 허가 없이 무선기기에 사용되는 주파수다. 내일신문은 전파관련 산업 내에서 비면허 주파수의 역할과 현황을 살펴봤다.
“중소기업이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했다고 해서 선뜻 사주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절대 없다. 특히 기술 인증이나 상용화 사례를 확보하지 못하면 애써 개발한 성과가 무용지물이 된다. 정부 실증사업은 이런 상황에서 단비와 같다”
김효훈 더블유아이에스네트웍스 대표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부 실증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더블유아이에스네트웍스는 저전력 장거리 무선통신 기술인 로라(LoRa) 통신망과 관련해 국내 대표 기업 가운데 하나다.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를 비롯한 30여개 지방자치단체에 로라망을 설치했고 로라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공급했다. 현대자동차 전국 공장에도 로라망을 구축했다.
로라는 비면허 대역 무선 주파수를 사용하는 통신 기술 가운데 하나다. 다른 통신 기술과 비교했을 때 적은 전력으로 먼 거리를 통신할 수 있어 사물인터넷(IoT) 전용망으로 불리기도 한다.
김 대표는 “로라는 아주 적은 전력 소모로 10km 이상 떨어진 곳에 정보를 보낼 수 있다”며 “통신사가 제공하는 기존 상용 통신망에 비해 구축 비용은 매우 낮으면서 확장성은 뛰어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20여년간 통신망과 통신망을 활용한 서비스 개발에 매진해 온 전문가다. 하지만 처음부터 비면허 주파수 관련 기술에 관심을 둔 것은 아니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SK텔레시스에서는 대부분 면허 대역 주파수 관련 개발과 생산, 영업을 담당했다. 그러다 신사업으로 시작한 로라통신망 사업에 참여하면서 비면허 대역 주파수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기업에서 7년 정도 로라 사업을 담당했다. 2023년 회사를 나오면서 로라 사업을 양수받아 회사를 설립했다.
자신의 회사를 설립한 김 대표는 국내 로라 서비스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920메가헤르츠(MHz) 주파수 대역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추진했다. 당시 920MHz 대역 로라 시장에는 저가·저품질 중국·대만 제품이 국내에 다량으로 유입되면서 사업환경이 열악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시작과 함께 주저앉을 판이었다.
이에 김 대표는 차별화 전략으로 국내 최초 920MHz와 940MHz 대역 주파수를 같이 사용하는 듀얼밴드 로라 자가망 상용화를 내세웠다. 940MHz 대역 활성화를 통해 외산 장비의 국내 시장 진출을 방어하는 것은 추가적인 목표였다. 몇 명 안되는 직원들과 밤낮없이 노력한 끝에 주파수 혼간섭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940MHz 대역을 사용하는 로라 신제품(게이트웨이, 모뎀)을 개발했다.
하지만 막상 시장에 내놓으려니 걸림돌이 무수히 많았다. 무엇보다 제품 인증과 양산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했다. 국내에서 처음 개발한 기술이었기에 상용화 사례가 없어 새 제품을 받아주는 수요처도 없었다.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한국전파진흥협회(RAPA)의 비면허 주파수 활용 유망기술 실증사업에 신청했다. 다행히 2025년 RAPA 실증사업에 선정돼 쌓여있던 난제를 단번에 해결했다.
그후는 술술 풀렸다. 실증사업 과정에서 기아차 듀얼 밴드 구축사업자로 선정됐다. 실증사업 후에는 지자체들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에쓰오일과 940MHz 로라 자가망 사업계약을 협의중이다.
●비면허 주파수를 활용한 사업을 하게 된 이유는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등은 로라 등 비면허 무선 주파수 기술에 대한 수요가 확실하다고 봤다. 주파수 구매나 이동통신 사용료 없이 다양한 서비스를 추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재난이나 안전 분야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또 2019년 로라를 활용한 광대역통신망(LoRaWAN) 표준이 비면허 주파수를 포함하면서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사업을 시작했다.
●로라 자가망은 LTE나 5G를 활용했을 때와 어떤 차이가 있나.
우선 기존 LTE나 5G는 배터리를 사용한 저전력 기술 구현이 어렵다. 센서 기기마다 이동통신 요금이 부과돼 사업 확장 시 수요기관의 통신 요금 부담이 증가한다. 센서를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제한된 종류만 사용해야 하는 것도 단점이다.
반면 로라망은 배터리를 한번 장착하면 5~10년 사용이 가능해 설치와 유지보수가 쉽다. 수요처의 요구사항에 맞춰 다양한 기기를 개발하고 서비스할 수 있다.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재난안전 관련 서비스에 로라망은 최적의 효율을 제공한다.
●실증사업에 참여한 이유와 참여를 통해 얻은 성과는
2024년 중기부 디딤돌 과제를 통해 국내 최초 940MHz 주파수를 사용하는 로라 장비(게이트웨이, 모뎀)를 개발했다. 하지만 인증 실증 등 상용화 필수 과정에 필요한 비용이 매우 많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때 RAPA 실증사업에 세 번째 도전 끝에 성공했고 많은 문제를 해결했다.
금형 제작, 대규모 실증, KC 적합등록 완료, ICT융합품질인증 취득 등 양산 준비를 완료할 수 있었다. 특히 실증성공을 통해 수요처(공공기관 지자체)의 새 기술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한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실증사업이 실증사업에 그친다는 우려가 있다.
선정되는 서비스들이 실제 필요한 것 보다는 심사위원들에게 익숙한 기술이나 단기간에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이 많은 것 같다. 더욱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검토뿐 아니라 사업화(확산)에 대한 심층적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사업기간도 현재보다 길게 해 실질적인 검증과 기술적 발전을 이뤄냈으면 한다.
제작지원 : 한국전파진흥협회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