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대신 주식에 투자…달라진 해외 자금
외국인 빅테크 투자 확대
재정 부담 국채시장 집중
28일(현지시간)자 블룸버그통신 오피니언은 외국인이 보유한 미국 주식이 24조5000억달러로 미 국채 보유액 9조3000억달러의 2.6배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올해 3월까지 1년간 외국인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도 미 국채 매수액의 두 배에 달해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민간이 보유한 미 연방정부 부채 가운데 외국인 비중은 2008년 49%에서 현재 약 30%로 떨어졌다. 세계 투자자들이 워싱턴에 돈을 빌려주는 대신 실리콘밸리 기업의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변화는 2019년 이후 본격화됐다. 미국 증시의 높은 수익률과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해외 자금을 끌어들인 반면, 각국 중앙은행은 지정학적 위험을 이유로 미 국채 비중을 줄이고 금 매입을 늘렸다. 미국 정부가 쏟아낸 신규 국채는 대부분 미국 내 은행과 헤지펀드 등이 소화했다.
과거에는 미국 증시가 흔들리면 해외 자금이 미 국채로 이동했고 달러도 강세를 보였다. 달러가 세계 금융시장의 충격 흡수장치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으로 들어오는 자금은 안전자산보다 AI와 빅테크의 성장 수익을 노린다. 미국 증시가 약세로 돌아설 경우 투자자들이 미 국채로 갈아타기보다 자금을 본국으로 회수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변화는 2025년 4월 관세 충격 당시 드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관세 발표 이후 S&P500지수는 일주일 만에 12% 급락했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에서 4.6%에 가까운 수준까지 뛰었다. 달러 가치도 한 달간 4% 하락해 주식과 채권, 달러가 동시에 약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증시는 달러 기준 4.7% 상승했다.
자금 흐름의 비대칭도 크다. 외국인은 64조6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자산을 보유하지만 미국인이 보유한 해외 자산은 43조4000억달러에 그친다. 시장 불안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본국으로 회수하면 미국에서 빠져나갈 자금이 더 많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이 구조가 미국 경제에는 일정한 방어막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국채는 만기가 돌아오면 차환해야 하지만 주식은 주가가 급락해도 입찰 실패나 재조달 위험이 없다. S&P500지수가 30% 떨어져도 정부의 자금조달이 즉시 멈추는 것은 아니며, 손실 상당 부분은 외국인 투자자가 떠안게 된다.
다만 재정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외국인의 미국 주식 투자금은 미 재무부로 흘러가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해마다 약 2조달러의 신규 국채를 순발행하고 있으며, 이를 떠안는 국내 투자자들은 장기 국채에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 달러지수보다 장기물 국채의 추가 금리 부담을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미국의 재정적자와 달러, 증시는 더 이상 하나의 이야기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오피니언의 결론이다. 달러는 과거 세계의 보험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미국 성장주에 가까운 성격으로 바뀌었다. 결국 미국의 재정위험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미국 경제 전체의 위기보다 정부의 국채 조달 부담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