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미래부와 창조경제론

2013-01-29 12:56:41 게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안에서 단연 눈길을 끈 것은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의 신설이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전담하는 2명의 복수차관을 두는 미래부는 과학기술부, 과학기술 혁신본부, 정보통신부를 합친 거대 부처가 될 전망이다.

미래부의 신설은 "창의력·상상력에 기반한 창조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당선인의 의지"라고 진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은 설명하였다. 미래부는 창조경제를 통해 제2의 경제부흥을 꾀하는 차기정부의 역량이 집중되는 부처라는 것이다. 그러나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미래부의 신설은 우리사회의 인지적 오류, 비(非)지성적 정책결정과정, 기득권자들의 이권 지키기 등을 여실히 보여주는 슬픈 자화상이다.

미래부를 통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창조경제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마치 '정부가 잘 통제해서 창의성을 고양하겠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기술추격형 경제에서 통한 박정희식 개발모형을 창조형 경제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이다.

개발도상기 기술추격형 경제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what to do)와 '어떻게 해야 할지'(how to do)를 정부가 더 잘 알고 있었고, 따라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민간을 주도해 가는 것이 효율적인 경제 및 과학기술 정책이었다.

공룡 미래부 '창조적'일까?

그러나 창조형 경제에서는 더 이상 정부도 민간도 '무엇을 해야 할지'를 확실히 알지 못 한다. 창조형 경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바로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선택하는 기술은 오히려 시장에서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지원금을 주는 정부 관료도 지원금을 받는 연구자도 객관화하기 어려운 시장의 수요보다는 객관적인 기술적 우월성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주도하는 과학기술 정책은 시장의 수요와 동떨어진 우월한 기술을 선택할 개연성이 높으며, 예상하지 못한 혁신이 일어나는 것을 차단하게 된다.

따라서 창조형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은 미래 기술을 선도하는 역할에서, 성공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자나 연구자에게 충분한 보수를 보장해 줌으로써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도록 유인하는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 과학기술정책과 경제정책에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은 정부가 단순히 R&D 예산을 늘리고 담당조직을 거대화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역할과 정책 운용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며, 어김없이 정부조직 개편이 이뤄졌다. 아마 우리나라처럼 정부조직 개편이 빈번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 정부조직 개편으로 산적한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시장혁신·창조는 정부가 하는 것 아니다

과학기술부나 정보통신부의 부활에 기득권을 가진 이해당사자들의 소리가 대선과정에서 왜곡되게 대표된 것은 아닌지, 미래부가 생길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연구가 과연 있었는지 의문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현재의 정치, 경제 상황에서 박정희식 국가운영이 왜 잘 작동되지 않는지 숙고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박정희식 국가운영에서 여전히 배워야 할 한 가지가 있다. 소수의 측근 그룹에 스스로 갇히지 말고, 널리 유능한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전문가'들을 등용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는 점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시장과정부연구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