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국가경영과 기업경영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만 교수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A Country is Not a Company(국가는 기업이 아니다)"라는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이 강연에서 크루그만은 기업인들의 개인적 경험에 기초한 조언이 국가 정책에 오히려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하였는데, 그 이유로 정책 분석과 경영 성공에 필요한 사고 양식의 차이와 국가경제와 기업의 구조적 차이를 지적하였다.
예를 들어, 자유무역협정 체결이나 고환율로 수출을 증대시키는 정책의 평가를 생각해 보자. 기업인들은 수출 증대로 직접적으로 창출되는 일자리만을 이런 정책의 효과로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정책 분석은 일자리 창출이 수반하는 부정적 환류효과(feedback effect)도 고려하여야 한다.
수출의 증가는 수출 부문의 소득 증가와 수출대금으로 받는 달러의 유입으로 인한 통화량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고, 이런 총수요의 증가는 물가상승을 압박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이자율을 인상하면, 결국 이자율에 민감한 경제 부문의 고용 감소라는 부정적 환류효과가 발생한다.
만약 이자율 인상 정책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물가상승이 야기되고 결국 수출 증대로 인한 총수요증대는 구축될 것이다.
국가와 기업의 구조적 차이
이처럼 정책 분석과 기업 경영에 필요한 사고 양식의 차이 외에도, 기업인들의 성공사례가 국가 정책에 적용되기 힘든,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국가와 기업의 구조적 차이이다.
아무리 큰 기업집단도 국가 경제처럼 다양한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도 비록 90여개의 계열사를 지니고 있으나, 전자와 생명보험을 중심으로 핵심 사업들이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국가 경제를 기업 구조에 비교해 말하자면, 국가는 단지 동일한 국경 안에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혀 다른 수 만개의 사업 부문이 상존한다. 그야말로 최악의 악몽 같은 기업집단(the ultimate nightmare conglomerate)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 경제의 한 부문에서의 성공사례를 다른 부문으로 일반화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컴퓨터 산업에서 성공한 경험이나 직관이 식당 체인점 사업의 경영전략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듯이, 특정 제품에 대한 전략이나 특정 조직 혁신에 성공적 전략이 이질적인 다른 부문으로 일반화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크루그만은 이처럼 복잡다단한 국가 경제는 특정 전략이 아닌 일반 원칙에 입각해 운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 경제 정책과 운용은 국가경영을 마치 기업경영처럼 하는 박정희 개발모형을 따랐다.
박정희 개발모형 이제 적합하지 않아
그러나 수출주도형 총수요관리 정책이 더 이상 실질적인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지 못하고, 정부의 선제적 정책 관리가 더 이상 실효성을 못 가짐을 지난 10여년 간 경험하고 있다.
성장의 결과로 한국 경제도 이른바 선진화된 구조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정부의 정책과 운용은 기업경영 하듯이 하는 우를 범하고 있지 않는지 성찰해 볼 시점이다.
지금 새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조직 개편보다 정부의 역할과 정책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시장과 정부 연구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