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쉼터에 재미 더한 도봉구청 '휴가(休家)'
청사에서 낮잠 자고 안마·바둑 즐겨
공공-주민 냉방기 공유 '보편 복지'
서울 도봉구 방학동 도봉구청 2층. 공공기관에서는 보기 드물게 작은 공간에 안마의자 3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방학동 주민 이순자(82)씨와 친구들이 번갈아가며 안마의자에 몸을 맡긴다. 구내식당에 점심 먹으러 왔다가 공간을 소개받고 들른 참이다. 이씨는 "1시간쯤 있었는데 다른데도 한번 들러봐야겠다"며 "매일 오고 싶다"고 말했다.
8일 도봉구에 따르면 구청 1·2층 옛 구민청이 아이부터 노인까지 전체 주민을 위한 무더위쉼터로 탈바꿈했다. 단순히 시원한 공간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즐길거리를 더해 휴식과 재미를 동시에 챙길 수 있도록 꾸몄다.
내집처럼 편안하게 쉬어가라는 의미에서 '휴가(休家)'라 이름 붙였다. 구 관계자는 "전에는 교육강좌를 진행하거나 주민모임에 대여했는데 온라인 예약이라 어린이와 노인 등은 이용이 어려웠다"며 "본격적인 공간 개선에 앞서 연령별 취향별로 선택해 즐길 수 있는 '보편적 냉방복지'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휴가는 공공과 주민이 냉방기를 공유하는 이른바 '셰어컨(share+air conditioner)' 사업 일환이다. 주민들은 폭염을 피하고 구 전체 전력 사용은 줄인다는 취지다. 지난 3일 한덕수 국무총리도 방문해 도봉구 실험을 눈여겨봤다. 오언석 구청장은 "민원 업무차 드나들던 주민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서 구청이 동네 사랑방이 됐다"며 "개개인은 전기요금 부담과 온열질환 위험을 덜 수 있고 공동체 전체로는 전력 사용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가장 이색적인 공간은 낮잠방이다. 작은 침대 4개를 배치, 덮을 거리를 가져온 주민들이 그야말로 꿀잠을 잔다. 힐링방에는 안마의자와 산소발생기를, 취미방에는 보드게임 장기·바둑판을 배치했다. 인터넷방송을 시청하거나 요가 등 운동이 가능한 영상체조방, 책과 함께하는 독서방, 공기충전 미끄럼틀이 설치돼 있어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아동방도 있다. 스튜디오를 활용해 '인생사진'을 남길 수 있는 셀카방을 꾸몄고 차를 마시며 이웃과 함께하는 수다방도 인기다.
각 공간 '본명'은 민선 8기 도봉구가 지향하는 '변화 성장 미래 함께해요 도봉'이다.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지식을 영상을 통해 학습하고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주는 공간, 지역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을 위한 곳, 취미와 놀이를 함께하는 방 등을 뜻한다.
공무원 업무가 끝나는 밤 9시까지 문을 열기 때문에 주민 일자리를 활용해 청소와 관리 안내 등을 맡겼다. 8명이 근무하며 공간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주민들이 갈등 없이 시설물을 사용하게끔 조율한다. 오수향(38·창동)씨는 "오후 1시 이후에 방문객이 많았는데 폭염이 이어지면서 오전 10시 11시에도 많이들 오신다"며 "항상 붐비는데도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휴가는 무더위쉼터 가동기간인 9월까지 운영한다. 구는 동시에 폭염특보가 발령될 때 동별로 배치된 간호사를 취약계층 재난도우미로 활용하고 동주민센터와 경로당 복지관 152곳을 무더위쉼터로 지정했다. 그늘막·막대형 안개분사기(쿨링포그) 설치, 야외 근로자 온열질환 관리 등도 폭염대책 일환이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이상기후에 따른 폭염에 대비해 주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부서별 대책을 철저히 이행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