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사행산업 탈피 놓고 회장·실무진 충돌

현명관 "대전장외발매장 확장 안해"

2014-04-09 12:20:51 게재

베팅고객용 공간 확장 고민하던 실무진에 '격노' … 직원들 "회장방침 수용"

현명관 한국마사회장과 장외발매장을 담당하는 일부 실무진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다. 전선은 혁신과 관행 사이에 형성되었다.

현명관 마사회장이 최근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전장외발매장을 확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실무진들은 여전히 베팅고객을 위한 공간을 확장해야 한다며 머뭇거렸다. ( ▶내일신문 4월 2일 보도 참조)

현 회장이 장외발매장 혁신을 수용하지 않는 직원들을 질타하자 실무자들은 8일 회장방침을 수용한다며 한 발 후퇴했다. 주민들은 현 회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하지만 시간은 회장에게 불리하다.회장의 임기는 3년에 불과하고 그 사이 경영이 개선되지 않으면 혁신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장외발매장은 마사회 매출의 72%를 벌어들이는 공간이다.


◆실무진 "베팅고객용 공간 부족해 고민" = 현 회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한 후 마사회가 도박사업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19일엔 '렛츠런 혁신경영 선포식'을 갖고 혁신경영, 이미지개선, 나눔확산 등을 통해 마사회가 국민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발표했다.

현 회장은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역점을 두고 경마의 스포츠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과천이나 부산경남경마장에서 진행하는 경마를 화상중계하는 장외발매장도 그 지역주민이 편리하게 사용하는 문화센터로 만들기로 했다. 경마베팅을 하러 장외발매장을 오는 게 아니라 문화센터를 이용하면서 부차적으로 베팅을 하는 식으로 바꾸는 방향이다.

장외발매장은 총량을 늘리지 못하게 돼 있지만 마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수익원이어서 포기할 수도 없다. 현 회장은 이를 주민친화형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생존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역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서울 용산 장외발매장도 마권은 판매하지 않고 지역주민들의 문화센터로 우선 사용하고 있다. 주민들이 확장을 반대하고 있는 대전 장외발매장도 입주해 있던 건설사가 나간 공간(6개 층)을 모두 문화스포츠센터로 주민들이 1년 365일 사용하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 회장은 이같은 입장을 지난 2일 내일신문 인터뷰를 통해 다시 밝혔다. 현 회장은 "고객이 기피하고 혐오하면 망한다"며 "그런데 장외발매장에 대해 국민, 지역주민들이 환영하지 않고 나가달라고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마사회가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변신케 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가장 큰 일"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기사가 나간 후 불거졌다. 대전지역 주민들은 "마사회 최고경영자가 장외발매장을 확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라며 반겼지만 실무진들은 회장과 다르게 말했다. 김종돈 대전 서구 월평1동장은 7일 "실무자들은 다르게 말한다. 회장이 정말 그렇게 말했느냐"고 물었다. 회장이 방침을 세워도 실무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현실은 바뀌기 어렵다는 우려였다.

실제 이용선 지사개발처장은 이날 "회장의 방침은 알고 있다"면서도 "실무진들은 베팅을 하러 온 고객을 위한 공간이 부족해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 회장에게 건설회사가 사용하던 6개 층 중 1~2개 층을 장외발매장으로 확장해서 사용하자고 건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 회장, 실무진 머뭇거리자 폭발 = 이에 대해 현 회장은 격노했다. 현 회장은 8일 "베팅고객을 위한 공간을 더 확보하려는 것은 매출을 걱정하는 실무진들이 할 수 있는 고민"이라면서도 "그것은 단견"이라며 일축했다. 국민과 지역주민이 기피하고 나가라 하면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지난 6일 지사개발처장에게 장외발매장에 대한 방침을 분명히, 확고하게 전했는데도 유야무야하고 있다"며 "버릇을 고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신문과 인터뷰 때 한 말 그대로 할 것"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현 회장이 장외발매장 운영 방향을 다시 한 번 확고히 하면서 실무진들은 한 발 후퇴했다. 이 처장은 8일 내일신문에 전화를 걸어 "회장의 방침이 확고한 상황에서 실무진이 어제 한 이야기는 의미가 없다"며 "회장 방침에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 회장의 혁신이 성공할 것인지 속단하기엔 이르다. 장외발매장을 가족이 함께 찾을 수 있는 레저공간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은 2012년 전임 장태평 회장도 추진했지만 여전히 '화상 도박장'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지역주민들은 현 회장이 실무자들의 관성을 깨뜨리며 정면돌파하자 이를 지지했다. 김대승 '대전 월평동 마권장외발매소 확장저지 및 외곽이전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현 회장의 결단을 적극 환영한다"며 "더 이상 공기업이 국민들 사이에서 도박중독자를 양산하고 지역을 피폐화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윤여운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