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씨맘

발도르프 인형 만드는 김명희 주부

2015-05-15 02:03:47 게재

“발도르프 인형요? 내 삶을 바꿔놓은, 내 삶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지요!”

돌아보면 우리 주변에 남다른 솜씨를 가지고 계신 어머님들이 많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놓지 않고 열심히 해온 우리의 솜씨 맘들. 자신의 솜씨를 이웃들과 나누며 반짝반짝 빛나는 삶을 살고 있는 우리 동네 솜씨 맘들을 내일신문에서 만났습니다.



대화동 ‘상상끼리’ 카페에서 김명희 주부를 처음 만난 날 그녀는 인형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안고 있었다. 자식과도 같은 인형들이라며 조금은 수줍게 웃는 그녀의 얼굴은 정말 바구니 속 인형과 닮아 있었다. 14년 전 우연히 만나 마음을 빼앗기고 그때부터 그녀 인생의 커다란 부분으로 자리 잡은 발도르프 인형. 그녀의 인형 이야기, 5월의 솜씨 맘에서 들어보았다.

발도르프 인형, 어떤 인형인지
발도르프 인형은 독일에서 온, 지금도 독일의 발도르프 학교에서 아이들의 교육 교재로 사용되는 인형이다. 처음에는 독일의 엄마들이 동네에 모여 헌옷을 이용해 만든 인형이라고 한다. 특히 아이들이 자라면 작아서 입지 못하는 옷을 인형에게 입히는데 아이에게는 엄마가 만들어 준, 내가 입던 옷을 입고 있는 아주 특별한 인형인 셈이다.
아이의 일상에서 가족처럼, 친구처럼 함께 하는 존재인데 낡아서 더 이상 가지고 있을 수 없을 때는 그냥 버리지 않고 잘 싸서 땅에 묻어주기도 한단다. 보통 얼굴에 눈과 입을 나타내는 점 세 개를 찍어 표정을 최소화해 만드는데 그것은 나머지 부분을 아이들의 상상력과 그들의 감정을 이입시켜 완성하도록 하는 의미를 지닌다. 인형의 종류는 사지 인형, 앉아있는 인형, 요정 인형, 성교육 인형 등 매우 많고 인종차별 인식을 없애고자 피부색이 다양하다.    

 

발도르프 인형과의 첫 만남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평소 발도르프 교육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어느 날 남편이 발도르프 인형 만드는 수업에 가보지 않겠냐고 해 가본 그곳에서 처음 발도르프 인형을 만나게 됐다. 선생님이 커다란 바구니에서 발도르프 인형을 꺼내 보여주시는 순간 남자한테도 반해본 적인 없는데(웃음) 처음 보는 그 인형에 반해버렸다. 그 첫 느낌이 정말 남달랐다. 그래서 그때부터 최영란 선생님(독일에 공부하러 갔다가 독일 아줌마들에게 만드는 법을 직접 배워 온)께 수업을 듣고 만들기 시작했다.  

바느질을 잘해야 할 것 같은데
원래 바느질을 잘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인형이 좋아서 만들기 시작했고 인형을 만들면서 ‘어! 나에게 이런 재주가 있었어?’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발도르프 인형은 정말 솜씨 없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만들다 보면 ‘이래서 못해도 된다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홈질과 박음질 그리고 코바늘로 짧은뜨기 긴뜨기만 할 줄 알면 만들 수 있고 혹 잘 모른다 해도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
인형 옷은 옷본이 있긴 하지만 집에 있는 헌 옷을 가져다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든다. 양말로 바지를 만들거나 니트 옷을 잘라서 그대로 인형에 바느질을 해서 붙이는 등 각자의 개성과 창의성을 발휘하면서 편하고 자유롭게 만들면 된다.      

수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계속 해오고 있는 이유는
처음에는 누구를 가르칠 목적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내 아이에게 만들어주기 위해 시작했다. 그러면서 주변 아이들에게도 하나씩 만들어 선물했는데 그것을 본 엄마들이 만드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해서 수업이 시작됐다. 처음 아이 유치원 학부모 대상으로 발도르프 인형 만들기 강좌를 시작했고 임산부를 위한 강좌도 했다. 아이가 아토피가 심해 강화도로 이사를 간 후에는 ‘다루지’라는 산속 카페에서 예비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했다. 작년에 일산으로 이사 와 탄현 자연드림 생협에서 강좌를 열었고 지금은 금요일 10시 대화동 ‘상상끼리’, 월요일 마두동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수업을 하면서 전달되는 것은 인형을 만드는 기술만이 아니다. 인형은 어쩌면 도구일 뿐 인형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고 주변을 둘러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또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면서 자연스레 마음의 치유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강화도 ‘다루지’ 카페에서 한 예비 할머니 대상 수업이 특히 더 그러했다.
인형 만들기에 몰두하며 무기력하고 소외됐다는 생각도 떨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즐거움도 배우는 시간이 됐다. 어느 할머니는 인형을 만들고부터 대화가 없었던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젊은 엄마들이 인형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인형을 만들면서 아이 교육에 대한 얘기도 나누고 서로 좋은 경험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공유하면서 생각이 유연해지고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즘 엄마들은 성적에 너무 연연해하며 아이들을 몰아세우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를 생각하면서 인형을 만들다 보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아이 자체로서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다. 또 남과의 비교가 아닌 자신만의 윤기 나는 살림 법을 찾아냈으면 하는데 인형 만들기가 그 시작이 됐으면 한다. 그게 내 바람이고 내가 인형을 계속하는 이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다면 
강화도에 살 때 아이가 다녔던 중학교는 전교생이 60명 정도인 작은 학교였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5명씩 조를 짜서 수업을 진행했는데 그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남모르는 스트레스와 아픔이 있는 아이들이 인형을 만들면서 그것들을 해소하고 또 서로 속내를 터놓으며 소통할 수 있었다. 어느 아이의 ‘우리 집은 너무 가난하고 늘 집에 가면 혼자였는데 인형을 만들면서 마음이 참 따뜻해졌다’는 말을 듣고 수업해주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고 인형을 만들 때면 지금도 그 아이가 생각나곤 한다.

 

나에게 발도르프 인형이란

삶을 바꿔놓은 계기고 삶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삶이 더 활기 차 졌고 인형을 만들면서 다른 사람들이 바뀌는 것을 보았고 나 자신도 많이 바뀌었다. 뭐든지 도전할 수 있는 힘도 생기고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마음이 참 많이 따뜻해졌다. 사람을 워낙 좋아하는 편이라 인형 만들기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인형을 선물하면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어 더 열심히 인형을 만들었다. 인형을 선물로 주면서 사실은 내가 받은 게 더 많다. 그런 나눔의 행위가 내게는 큰 축복이 됐다.

김명희 주부의 발도르프 인형 만들기 강좌
수업료는 무료, 재료비(5,000원~25,000원 선)와 하고자 하는 마음만 갖고 오시라!
언제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오후 2시
문의 031-922-6598

권혜주 리포터 lovemor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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