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성 검사의 '의미있는 정년퇴임'
검찰 역사상 13번째 … 전관예우 논란 없애려면, 평생 검사제 도입 필요
구본성(63·사법연수원 8기·사진) 서울고검 검사가 지난 4일 정년퇴임했다. 2006년 서진규 검사의 정년퇴임 후 근 10년 만이다.
구 검사의 정년퇴임은 1968년 정년퇴임한 신득준 검사 이후 13번째이고, 2000년대 들어서는 세 번째다.
구 검사의 정년퇴임은 법조계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된 전관예우의 해법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게 평가된다.
검사는 철저한 사법연수원 기수에 따른 승진인사로 인해 동기가 먼저 검사장을 달거나 검찰총장이 되면 대부분 옷을 벗는다. 그러다보니 먼저 변호사가 된 동기나 선배들이 사건을 맡으면 현직에 있는 검사가 '뒤를 봐주는' 전관예우 사슬에 묶이게 된다.
하지만 검사가 63세 정년을 마치고 변호사 시장에 나가면 '전관'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현직 검사들이 대부분 거리가 먼 후배들이다 보니 쉽게 사건을 청탁하기도 부담스럽다.
이런 환경 때문에 검사들은 더 늦기 전에 개업하려 하고, 이들의 전관 효과를 노리는 대형 로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법조계의 은밀한 공생관계가 유지된다.
한 현직 검사장은 "검사장에 승진한 뒤라도 다시 현장에서 정년까지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평생 검사제 등을 마련해야 전관예우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며 "검사의 정년퇴임은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구 검사는 1981년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35년간 검찰에 몸 담았다. 대전지검 특수부장과 통영지청장, 서울지검 외사부장, 서울고검 송무부장을 역임했다.
1992년에는 미국 텍사스주 형사소송법을 저술했고, 1995년 논문 '유전자정보은행'을 썼다.
구 검사는 "통영지청장으로 신청사를 신축한 일과 대검 과학수사지도과장으로 유전자정보은행 설립을 제안해 현재 시행중인 DNA 신원정보 데이터베이스 시행기반을 구축해 놓은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구 검사는 직속 상관인 이득홍 고검장은 물론 김진태 검찰총장보다 선배지만 묵묵히 검찰에 남아 공직을 수행해왔다. 그는 후배들에게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검찰만큼은 믿을 수 있다고 국민들이 생각할 때까지 더욱 혁신해나가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내년에는 2명의 검사가 정년을 맞는다. '평생 검사'로 남고자 하는 검사들이 늘어나면서 법조계의 여러 폐단들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