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오명 벗고 날아오르는 지방공항

2015-12-16 10:11:49 게재

청주·대구공항 흑자경영 시대 눈앞

'LCC 성장, 무비자환승 확대' 효과

'공항 활성화=지역경제 발전' 기대

지방공항이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지방공항은 적자운영으로 비판의 대상이자 지역의 애물단지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지방공항이 이용객과 경영수익이 늘어나면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저비용항공사(LCC)가 저렴한 요금으로 지방공항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고, 한국공항공사와 지자체는 물론 항공사와 여행사 등 관련업계까지 뜻을 모으고 힘을 보탠 노력의 결과다.

청주국제공항이 저비용항공사(LCC)의 가파른 성장과 무비자 환승 확대 등에 힘입어 상반기 첫 흑자를 기록했다. 하반기 메르스 악제를 만나 고전했지만 지난해보다 35억여원을 더 벌어들이며 흑자결산 기대를 키우고 있다. 올해 이미 여객 200만명을 돌파한 청주공항은 국제선이 운항하는 시간에는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사진 한국공항공사 제공


◆청주공항 11월까지 2000만원 적자 = 지방공항의 활성화는 공항별 취항수와 여객수, 경영성과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청주공항의 경우 올해 11월까지 당기순이익이 -2000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27억1500만원과 비교하면 엄청난 결과다. 12월 한 달 성적에 따라 거점공항인 김포·제주·김해공항을 제외하면 지방공항 중 사상 첫 흑자 달성도 가능한 수치다. 특히 이 같은 성적이 메르스 사태를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 더 놀랍다.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5월말까지는 당기순이익이 6억2600만원으로 첫 흑자를 유지했었다.

운항편수와 여객수 증가세도 가파르다. 중국 8개 도시를 오가는 항공기가 주당 68편 뜨고 내린다. 국내선은 제주 노선 하나에 주당 252편의 항공기가 운항하고 있다. 여객은 11월말 기준 국제선 47만88491명을 포함 193만6176명이 청주공항을 이용했다. 홍지효 한국공항공사 청주지사장은 "만년적자의 늪을 헤쳐 나와 이제는 흑자경영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세종시를 기반으로 한 행정수도 배후공항의 위상을 꿈꿀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대구공항도 눈에 띄게 성장했다. 11월까지 당기순이익이 -2억1300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9억5800만원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여객수도 11월까지 187만1303명을 기록했다. 일본·중국·태국 3개 나라 5개 도시를 오가는 항공기가 주당 44편 뜨고 내린다. 국내선은 제주와 인천공항 노선에 216편이 운항 중이다.

대구공항은 2004년 KTX 개통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KTX 개통 직전인 2013년 여객수가 222만8550명이었지만 KTX 개통 이후 1년 만에 156만7678명으로 70만명 정도 급감했다. 이후 제주를 제외한 국내선 모든 노선이 없어졌다. 하지만 최근 국제선 여객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여객 153만명을 기록했고 올해는 200만명을 넘어서게 됐다. 21일 여객 200만명 돌파 기념식을 갖는다. 내년에는 250만명 돌파가 목표다.

무안·양양공항도 11월까지 각각 29안4755명, 12만5381명의 여객수를 기록했다. 모두 국제선의 가파른 성장에 힘입은 결과다. 메르스 사태만 없었다면 아마도 지방 국제공항들이 모두 사상 최고 기록을 갱신했을 가능성이 높다.

◆LCC 성장, 무비자 환승 효과 = 이처럼 지방공항들이 다시 활기를 찾은 비결은 무엇보다 저비용항공사(LCC)의 성장이다. 한국공항공사의 지원이 LCC 성장을 견인했다. 한국공항공사는 LCC의 지방공항 취항 유인책으로 대구·포항·울산·사천·청주·양양·무안·여수 8개 공항에서 LCC가 신규로 취항하면 착륙료 등 공항시설사용료를 3년간 50% 감면해준다. 중국 등을 상대로 한 LCC의 운수권 확보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김해·양양·청주·무안·대구 5개 공항이 무비자 환승공항으로 지정돼 외국인 무비자 체류기간이 기존 72시간에서 120시간으로 대폭 확대한 것도 톡톡히 제 역할을 했다. 이는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대구·청주·양양·무안 4개 공항의 지난해 국제여객은 101만명으로 2013년 51만명 대비 100% 증가했다. 이 때문에 해당 지역 쇼핑매출이 급증했고 경주·안동·충주·설악산·전주 등 인근 관광명소 방문도 크게 늘어났다.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저비용 항공사 취항 유도와 무비자 환승공항 신규 지정, 지역 체류시간 확대 등 세밀한 지역 맞춤형 활성화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자체-공항 공동운명체 = 지자체와의 공조도 주효했다. 항공사가 비행기를 띄울지 안 띄울지를 결정하는 것은 수익이다. 하지만 항공사에서 비행기를 띄워 손실이 나더라도 지자체에서 이 손실을 지원해준다면 비행기를 띄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실제 양양공항의 경우 이 손실보전지원금 제도를 이용, 강원도에서 2002년 개항 이후 75억원 규모의 손실보전금을 지원했다. 지자체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강원도는 양양공항 활성화와 연계해 보전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규모인 8770억원의 국내외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양양국제공항 관광단지 조성 3176억원, 강릉 차이나 드림시티 조성 2000억원 등을 유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자체와 협업은 대구에서도 성과를 냈다. 이미애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장은 "여러 요인들이 겹쳐 가파른 성장을 했지만 무엇보다 대구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비행금지시간(커퓨타임) 연장에 대구시 도움이 컸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해 7월까지는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이던 커퓨타임이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로 변경됐다. 운항가능시간이 하루 3시간 늘어나면서 국내선은 물론이고 국제선의 대구 하늘길이 대폭 늘어났고 다양한 LCC의 신규노선 개척이 가능해졌다. 올 3월에는 18년 만에 대구~오사카 노선이 부활하기도 했다.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대구국제공항이 있기 때문에 대구가 국내 두세 번째 지방도시 수준에 머물러있지 않고 인구 250만명인 국제도시로 성장이 가능해졌다"며 "공항 활성화는 관광 불모지 대구를 바꿔놓았고, 구체적으로 의료관광객 100만명 유치 목표를 세울 수 있을 만큼 지역경제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방공항에 중국인 관광객 150명을 태운 항공기가 매일 한 편 취항하면 지역경제에 3740억원 규모의 생산유발효과와 5000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이는 500명이 일할 수 있는 대규모 공장 10개를 유치하는 효과와 동일하다. 지자체들이 공항 활성화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김석기 사장은 "지방공항은 지역경제와 국토균형발전을 견인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항공기 시대 열려 = 50인승 이하 소형 항공기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도 지방공항 활성화를 위해서는 희소식이다. 국제선뿐만 아니라 침체된 국내선 시장도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스카이항공이 지난 5월 CRJ-200기를 도입, 운항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김포와 제주·양양·무안·울진을 잇는 노선에 항공기를 투입할 예정이다. 김포~울산이 첫 취항지다. 지난 3월 운항을 중단했던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도 양양공항을 모기지로 내년 1월 양양~김포 노선에 취항할 예정이다. 투입기종은 50인승 ERJ-145이다. 제주 제2공항과 울릉도·흑산도 공항 건설이 확정된 것도 공항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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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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