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에서 돈 안주는데 하청에 줄 돈 없다"

2016-01-28 10:48:20 게재

해외발주처와 하청업체서 동시 압박받는 건설사

국내 건설사들은 발주처와의 분쟁으로 하청업체에 자금을 지급할 여유가 없다. 그러다보니 하청업체로부터 항의와 함께 중재 요청을 받는다. 해외건설에서 위아래로 압박을 받는 것이 국내 건설사들의 현주소다.

지난해 대한상사중재원에 접수된 국제건설 중재 사건은 모두 10건으로, 1년 만에 9건이 증가했다. 신청금액도 918억원으로 건당 평균 90억원에 달한다.

대부분 지난해 하반기에 접수된 사건들이다. 대한상사중재원은 올해 국제건설 중재 신청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중재는 분쟁의 마지막 단계다. 발주처나 원청업체를 상대로 중재를 신청하는 것은 위험성이 높지만 물러날 수 없는 벼랑 끝에 선 입장이 투영된 결과다.

앞으로 해외건설 중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조원에 달하는 해외건설 사업은 복잡한 계약 내용 때문에 수많은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자재 납품에서 공기 연장까지 누구의 잘못이냐를 놓고 발생한 의견 충돌이 몇 달동안 협상을 하다 막바지에는 중재로 이어진다.

변준영 대한상사중재원 건설중재팀장은 "아프리카와 동남아 지역의 해외 플랜트 계약에서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며 "중재까지 신청한 사건은 대부분 이 돈을 못받으면 회사 망한다고 판단한 것들"이라고 밝혔다.

해외건설 분쟁 증가로 중재원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중동이나 아프리카 국가에서 소송을 제기할 경우 공정한 재판에 대한 우려와 3심제에 따른 기간 등의 문제로 소송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재판부 같은 중립적인 기관이 해외건설 분쟁에서 부각되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에도 해외업체들의 한국 건설사를 상대로 한 중재신청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대한상사중재원에 접수된 건설사건은 133건으로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중재 요청 금액은 5638억원으로 74% 늘었다.

중재는 양측의 합의를 우선시 한다. 통상 국제 중재 사건의 경우 합의금이 30억원이 넘을 경우 양측이 선정한 중재원 2명과 이들이 합의한 중재원 등 3명으로 구성된다.

변 팀장은 "최근들어 대등한 계약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미납 금액이 커 건설사들이 중재 시장으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해외건설 장밋빛? 발주처 분쟁으로 건설사들 속앓이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김성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