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m 뒷골목, 연간 100만명이 찾는다

2016-02-11 11:18:29 게재

대구 중구의 '김광석길'

우범지대서 대표명소로

대구시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과 신천대로 사이 한 골목길. 차가운 날씨인데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가족나들이객에서부터 중고등학교 학생들, 대학생, 젊은 연인 등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특별한 공연이나 행사가 열리지도 않는데도 관광객 행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최근 대구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떠오른 김광석길(김광석 다시 그대 길)이다.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대구의 유일한 명소다. 관광객 중 70~80%는 외지에서 온다.

4일 오후 대구 남구 대봉동 김광석길에는 차가운 날씨인데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 곳은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대구 최대 명소다. 대구 최세호 기자


이 길은 넓이 3m, 길이는 350m에 불과한 흔한 골목길이다. 47점의 벽화와 두점의 동상을 세운 2009년 김광석길 조성 전까지만 해도 방천시장 뒷골목으로 우범지대였다. 구석진 뒷골목을 보석으로 바꾼 주인공은 지역 문화기획자와 조소학과 대학생이다.

◆전통시장 살리기와 예술의 만남 = 이창원 '인디053' 대표와 당시 대학생이던 조각가 손영복씨가 전통시장인 방천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신천대로변 뒷골목 한쪽 벽에 김광석 벽화를 그리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1964년 방천시장의 '번개전파사' 막내아들로 태어난 대중가수 고 김광석과의 인연을 문화상품으로 바꿔놓은 것. 방천시장이 있는 대봉동과 인연을 가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유명 프로야구 선수 양준혁씨도 있었지만 고인이 된 김광석을 매개로 벽화를 그리고 동상을 세웠다. 이 골목에 있는 김광석 동상 두개는 손영복씨 작품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첫번째로 사진을 찍는 인기 예술품이다.

2009년과 2010년에는 "벽화만 있고 별거 없네"라는 반응 뿐. 김광석길 인기는 주춤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대구 중구가 전통시장 살리기를 위한 '문전성시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방문객이 급증했다.

방천시장은 대구 도심을 남북으로 통과하는 신천과 동서로 달리는 국채보상로가 만나는 수성교 옆에 자리잡고 있다. 인근 하천 제방을 따라 개설된 시장이라 하여 방천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945년 해방 후 일본, 만주 등지에서 돌아온 이주민들이 호구지책으로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것이 시장의 시초다. 이후 1960년대 방천시장은 '싸전과 떡전'으로 유명세를 탔고, 한때는 점포 수 1000개가 넘는 대구의 대표 재래시장으로 자리를 잡기도 했다. 그러나 도심공동화와 대형마트, 주변 백화점 등에 밀려 점점 쇠락해 갔다.

이런 방천시장이 2009년부터 '별의별 별시장 프로젝트' '문전성시 프로젝트' 등을 통해 다시 한 번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폐업 직전의 전통시장 가게에 젊은 예술가들이 들어와 작업실과 전시실, 공방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도 이곳에는 30여명의 예술가들이 모여있다. 방문객이 몰리면서 전통시장의 모양도 바뀌었다. 쓰러진 가게에는 카페나 커피점이 생겼고 웨딩샵과 크고 작은 식당들이 문을 열었다. 특히 2013년부터 불기 시작한 대중가요 다시부르기 방송프로그램에서 김광석의 노래가 조명을 받으면서 획기적인 변화가 일었다.

◆벽화뿐인 거리인데 연간 100만명 방문 = 문화예술과 시장거리가 살아나면서 김광석길 일대는 천지개벽, 상전벽해를 했다. 주말이면 1만명 이상이 몰려 좁은 골목길이 붐빈다. 주중 평일에도 5000여명이 이 길을 찾는다. 서울에서 온 대학생 장승원(23)씨는 "최근 기타를 배우면서 김광석 노래가 좋아 지난해에 이어 다시 방문했다"며 "오늘은 이 골목 김광석 벽화 앞에서 김광석의 노래 '변해가네'를 직접 연주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었다"고 말했다.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최근 부동산 가치도 덩달아 뛰었다. 4~5년 전 3.3㎡당 300만원 정도에 불과했던 점포는 1000만원대에도 잘 거래되지 않을 정도로 가격이 높아졌다. 이곳에서 디자인회사를 경영하는 박상욱 대표는 "김광석길은 대구만 가진 자산"이라며 "문화와 전통시장이 만나 이뤄낸 기적인 만큼 특화하고 차별화된 공간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는 2014년 270석 규모의 소공연장을 만들고 화장실과 장애인 편의시설을 개선했다. 올해는 82면의 주차장과 방천스토리하우스, 김광석 3D홀로그램 공연장 등 편의시설을 확충해 관광객들이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전국적인 명소로 만들 계획이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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