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균형발전 시대’ 부산에만 높은 문턱

2026-04-08 13:00:01 게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지방자치단체에는 말 그대로 특별법 전성시대가 열렸다. 이미 특별법 틀을 갖춘 강원과 전북은 이를 한층 강화한 형태의 특별법을 추진하거나 마련했고, 광주·전남은 행정통합 논의와 맞물려 서울시에 준하는 지위를 마련했다. 제주 역시 특별법 재정비 논의가 이어지는 중이다. 6월 지방선거 이후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본격화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이 흐름은 당분간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유독 오랫동안 국회 문턱에 걸려 있는 법이 하나 있다.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이 그것이다. 얼핏 들으면 파격적 특례를 담은 법처럼 보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부산을 물류·금융·첨단산업의 남부권 거점으로 키우자는 취지를 담고 있지만 상당수 조문은 강행 규정보다 선언적 성격이 강하다. 사실 이 법은 만능 해법이라기보다 부산을 국가 발전의 또 다른 축으로 세우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출발선에 더 가깝다.

시야를 조금 넓혀 보면 이 문제의식이 낯선 것만도 아니다. 주요 선진국들은 수도 한 곳에 국가 기능을 집중시키기보다 여러 도시가 역할을 나눠 맡는 구조를 갖춘 경우가 많다.

네덜란드는 암스테르담과 함께 로테르담이 물류축을 담당하고, 독일 역시 특정 한 도시가 아니라 여러 도시가 산업과 금융 기능을 분담한다. 미국도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같은 도시들이 각자의 성장축 역할을 맡고 있다. 수도권 한 곳에 기회와 자원이 과도하게 몰린 한국의 구조가 오히려 더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부산 문제는 한 도시의 요구가 아니라 대한민국 성장구조를 어떻게 분산하고 재편할 것인가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그런 점에서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은 부산만을 위한 선물이라기보다 대한민국에 성장의 축을 하나 더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가깝다. 더구나 이 법은 특정 정파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법안도 아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큰 틀의 이견 없이 발의했지만 상임위 심사 문턱을 넘는 데만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 법이 던지는 질문의 무게를 국회가 언제까지 외면할 수 있느냐다.

부산시민 서명은 단일 법안 기준으로도 이례적인 160만명을 넘겼다. 국가균형발전과 다극 체제를 말하면서도 정작 부산은 그 필요성을 유독 더 오래 설명하고 입증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균형발전을 국가 과제로 내세우면서도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을 계속 미뤄 두는 것은 결국 말과 실행 사이의 간극만 드러낼 뿐이다. 부산의 요구를 단순한 지역 현안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의 실천 의지를 가늠할 시험대이기도 하다.

곽재우 자치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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