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칼럼

국회 후반기, 또 다시 독단 국회 되나

2026-04-08 13:00:01 게재

정치권은 6월 3일 시행되는 지방선거에 모든 관심을 두고 있지만 그 이전인 5월 30일부터 22대 국회 후반기가 시작된다. 통상 국회 전반기에는 정당 간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지만 후반기에는 원활한 국회 운영을 위해 여야 간 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후반기에는 양상이 다를 것 같다.

매번 국회가 지각 개원하는 이유는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결정하는 원구성 갈등이 있기 때문이다. 상임위원회가 국회 운영의 중심이 되는 구도에서 상임위원장 배분은 기본적으로 정당별 의석 비율에 따른다. 즉 한 정당이 의석의 40%를 확보했다면 위원장직도 40%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국회법에 상임위원장 배분에 관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주요 상임위원장을 서로 차지하겠다는 충돌이다.

전반기 원구성에서 정당들은 법사위나 운영위원회 등 핵심이 되는 상임위원회 위원장직을 차지하기 위해 협상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국회 개원이 늦어지면 여론의 비난이 높아지게 되고, 여당의 부담이 커지면서 야당의 의견을 수용하는 과정을 밟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번 국회 후반기 원구성을 앞두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모든 상임위원장직을 민주당이 가져가겠다고 수차례 공언하고 있다. 지난 3월 중순에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에서 법안 통과가 미진해 국정 추진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수당 상임위원장 독점은 관행 파괴

역사적으로 보면 13대 국회 이전에는 국회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갔다. 1988년 13대 총선 결과 당시 여당인 민정당이 전체 의석의 42%를 얻어 국회 역사상 처음으로 여소야대의 정국이 되었다. 여당은 야권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절반 이상의 상임위원장직을 야권에 양보했다.

후반기에는 3당 합당으로 민자당이 216석이 되었지만 전반기의 상임위 배분 원칙을 그대로 유지해 4개의 상임위를 야당에 할당했다. 이후 정당별 의석 비율에 따른 상임위원장직 배분은 국회의 관행이 되었다.

이러한 관행은 21대 국회 전반기에 깨졌다.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의 압도적 과반을 차지하면서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독식했다. 민주당이 관행에서 벗어나 국회 소수당 몫인 법사위원장을 고집하면서 야당과 타협에 이르지 못했다. 급기야 미래통합당은 모든 상임위원장직의 포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후반기에 이르러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직을 국민의힘에 양보하고, 민주당이 11개 그리고 국민의힘이 7개 상임위원장을 맡도록 타협이 이루어져 과거 관행이 복귀되었다. 후반기 국회에서는 이전과 같은 의석수에 따른 상임위원장직 배분 원칙이 다시 적용된 것이다.

21대 국회 전반기에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은 팬데믹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여당에 입법 추진력을 부여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독주 국회라는 부정적 평가를 야기했다. 그 결과 정치적 오만이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지고 일부 중도층이 이탈하면서 20대 대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바로 이전 국회에서 일방적 독주 국회에 대한 비판과 후유증을 경험했으면서도 후반기 국회에서 다시금 모든 상임위를 여당인 민주당이 가져가겠다는 주장은 우려를 자아낸다. 특히 지방정부의 권력까지 민주당이 지배할 가능성이 높은 정국에서 국회에서마저 정치적 타협이나 협상의 여지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이번 국회 들어서 상임위원장들의 당파적 권한 행사가 빈번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장들은 수적 우세를 내세워 다수결로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을 독단적으로 통과시키고 있다. 형식적 토론 진행과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의 퇴장이 상임위 운영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위원들의 합의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인 상임위 운영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수결 아닌 다원 민주주의 실현이 중요

국회의원 모두가 참석하는 본회의에서는 상정된 법안들 대부분을 통과시킨다. 그 이유는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충분한 숙의와 합의를 거쳐 상정되었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 오랫동안 상임위는 표결 대신 만장일치제를 의사결정 방식으로 존중해 왔다. 하지만 이번 국회에서는 상호 존중의 상임위 운영 원칙은 사라졌다.

후반기에 민주당이 위원장을 독식하려는 의도는 더욱 신속하게 정부와 여당의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 소속의 상임위원장은 더욱 강한 정파성을 띠게 되고 결국 독단적 국회 운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의회는 다수결적 민주주의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숙의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소수의 의견이 존중되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기회가 보장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다원적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장이 국회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현우

서강대학교 석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