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정선경 한국자동차공학회 회장

“학회, 산업전환의 ‘융합 플랫폼’ 될 것”

2026-04-07 13:00:02 게재

47년만에 첫 여성회장 … 전동화는 속도보다 균형잡힌 전략 필요

정선경(사진) 한국자동차공학회 회장은 학회 설립 47년 만에 탄생한 첫 여성 회장이다. 현재 한국자동차연구원 소재본부 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연구원에서 32년간 근무하며 실무 감각과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기계·소재·IT 아우르는 컨소시엄 구축 = 정 회장은 6일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단순한 기술 전환이 아닌 ‘산업구조 자체의 재편’으로 규정했다.

정 회장은 “내연기관 중심의 전통 자동차산업이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으로 확장되며 ‘모빌리티 생태계’로 전환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학회 역할 역시 학술교류를 넘어 산업전환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재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계 소재 에너지 IT 서비스 등 전 산업이 융합할 수 있는 모빌리티 컨소시엄을 구축하겠다”며 “다양한 산업주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자동차 표준화와 융합형 인재 양성,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위한 싱크탱크 역할 강화를 주요 방향으로 제시했다.

전동화 전환에 대해서는 속도보다 ‘신중하고 균형 잡힌 전략’을 강조했다. 세계 각국의 산업구조와 에너지 환경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단일한 해법을 강요하기보다 현실에 기반한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 회장은 “단기적으로 고효율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기술의 역할을 인정하되, 중장기적으로는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 전기차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내연기관은 퇴출 대상이 아니라 전기기반 연료(e-fuel), 수소연소 기술 등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정립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한국은 높은 제조 완성도와 실행력을 바탕으로 전동화와 내연기관을 균형 있게 활용하는 유연한 전략을 취할 수 있는 국가”라고 진단했다.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체질 바꿔야 = 정 회장은 “자동차산업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전환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흐름”이라며 “이런 변화 속에서 기업과 연구기관이 해야 할 일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무엇보다 차량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달라져야 한다”며 “지금까지 부품 단위 최적화에 강점을 보여왔다면, 앞으로는 차량 전체가 하나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구성된 시스템이란 눈으로 봐야한다 ”고 제언했다.

이어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데이터”라며 “실제 주행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AI 학습으로 이어지는 데이터 기반 개발체계를 구축하는 것이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업은 자체 데이터를 중심으로, 연구기관은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상호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인재 문제와 관련해서는 “앞으로는 특정 전공에 치우치기보다 다양한 분야의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가 요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학회는 포뮬러 자율주행 경진대회를 새롭게 개최하는 등 학생들이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32년간 한국자동차연구원에서 현장을 경험해 온 그는 학회 운영도 ‘실무적 감각과 현장성’을 핵심 가치로 제시했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기술 수요와 병목을 학회 의제에 반영하고, 이에 기반해 기업-연구기관-대학을 연결하는 실질적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중소·중견 부품사의 소재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용 인프라와 공동연구 체계 구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유리천장 깨기 넘어 산업다양성 확대 계기 = 창립 47년 만의 첫 여성 회장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기대가 큰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만큼 책임감도 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여성의 유리천장을 깨는 차원을 넘어 산업 전체의 경쟁력과 연결된 다양성 확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현장에서 느껴온 가장 큰 문제는 진입이 아니라 지속성”이라며 “여성 공학인들이 처음 진입하는 비율도 중요하지만 중간에 이탈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학회는 여성위원회를 여성부로 승격하고, 선출직 부회장을 발굴하는 등 여성 공학인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한편 멘토링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정 회장은 “회원들이 학회에 참여했을 때 실제 도움이 되고, 무언가 얻어간다고 느끼는 조직으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변화를 시작한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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