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문가 93% ‘동결’…6%는 ‘금리 인상’ 전망
중동전쟁으로 인한 고물가·고환율… 사라진 ‘인하’ 기대감
금리 인상 빌드업 … WGBI 편입 호재에 채권 심리는 개선
국내 채권전문가 100명 중 93명은 오는 10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 응답자도 6명 등장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원달러환율 상승이 수입 물가를 자극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전방위적으로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회의는 금리 인상으로 가는 빌드업의 첫 번째 단계라는 주장도 나왔다.
◆금리 인상 소수의견 등장 = 8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26년 5월 채권시장지표’에 따르면 시장참여자 93%는 이달 한은이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2.50%에서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로 고유가·고환율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에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주장도 6% 나왔다. 대부분의 채권 전문가들이 이번 금통위에서 만장일치 동결을 전망하는 가운데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의에서는 소수의견 1명이 나오는 동결을 예상한다”며 “소수의견 등장 여부와 상관없이 통방문(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이나 기자회견에서 인상 논의가 있었다는 메시지는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 회의는 인상으로 가는 빌드업의 첫 번째 단계로 한국은행 입장에서 인상의 명분은 차곡차곡 쌓여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원달러환율이 1500원을 웃도는 현재, 원화 가치는 과도하게 절하된 수준이다. 3월 물가에서 나타났듯 이미 중동전쟁은 물가에 영향을 주기 시작해 전쟁이 오늘 당장 종료된다해도 훼손된 공급망과 중동지역 에너지 인프라 시설 복구까지는 시간이 소요된다. 김 연구원은 “그만큼 물가가 높은 수준에서 머무를 시간도 증가하고 금융과 물가안정 모두 정책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연내 인상 경로 의견 분분 = 다만 연내 금리 인상 경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은 연말까지 정책금리를 동결 (3.50~3.75%)하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3분기에 한차례 0.25%p 인상하는 것이 기본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 하나증권은 전쟁 위험이 완화된다면 연내 동결 기조가 유지될 수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에 대한 당사 기본 전망은 연내 동결”이라며 “중동 이슈 향방이 현재까지 불확실하며 장기화하면 한 차례 정도의 인상은 가능할 수도 있겠다 정도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충격 유입이 제한적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4월 금통위 전후로 전쟁 위험이 완화되면 올해 하반기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가 안정이나 수요 둔화가 확인되기 전까지 금리상승 리스크가 남아있다”면서도 “다만 성장률 충격까지 고려하면 수요 측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지 않다는 평가는 유효할 것이며 섣부른 인상은 경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 사이클 사실상 종료 = 기존 금리인하 사이클은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판단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제한적인 가운데, 물가 역시 고유가 변수로 인해 상방 압력이 여전해 추가적인 완화 정책 필요성이 크지 않다”며 “특히 기대인플레이션이 다시 불안정해질 경우 정책 신뢰도 측면에서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은 정책 기조를 보다 보수적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어 안 연구원은 “이런 환경을 반영할 때, 단기적으로는 금리동결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장기적으로는 통화정책 정상화 방향이 재차 논의될 것”이라며 “내년엔 금리 인상 전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시장 변동성의 직접적 요인이 됐던 국제유가가 더 중요한 변수라는 점도 지적했다.
안 연구원은 “최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중동 정세 변화가 금융시장 전반의 주요 변수로 부각되는 가운데 향후 이란과 미국 간 협상 여부 및 그 구체적인 내용이 국제유가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시장금리 역시 유가 흐름에 연동되는 변동성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WGBI 편입 기대감에 채권 심리는 ‘호전’ = 한편 5월 채권시장지표에서 종합 채권시장 심리(BMSI)는 96.3(전월 90.8)으로 전월 대비 5.5p 상승했다. 물가 및 환율 상승에 대한 예상이 전월 대비 약화돼 5월 채권시장 심리는 전월대비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채권시장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4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가 심리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을 예상하는 응답자는 전월 대비 1%p 상승한 25%를 기록했으며, 금리상승 응답자는 23%로 낮아졌다.
물가 관련 채권시장 심리도 전월 대비 호전됐다. 물가 하락을 예상하는 응답자는 전월 0%에서 12%로 깜짝 반등했다. 응답자의 31%(전월 50%)가 물가 상승에 응답해 전월대비 19%p 하락했다. 유가 상승으로 물가 불안은 여전하지만, 정부의 ‘석유류 최고가격제’ 시행 등 정책적 대응이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환율 관련 채권시장 심리 또한 변화가 나타났다. 환율 BMSI는 95.0으로 전월(80.0)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최근 원달러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환율 상승 응답자는 전월 35%에서 24%로 크게 줄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