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의 대구·이정현의 전남광주, 험지 돌파 시험대

2026-04-08 13:00:16 게재

김, 민주당 전폭적 지원 속 첫 대구시장 목표

이, 광주서 득표율 30% 얻어 보수 회복 타진

6.3지방선거에 나란히 출마한 김부겸 전 총리와 이정현 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지역주의를 극복한 여야의 대표 정치인으로 꼽힌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지역주의 극복을 전면에 내세워 험지인 대구시장과 전남광주특별시장 선거에 나섰다. 공통된 지향으로 출마했지만 목표는 서로 다르다. 김 전 총리는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민주당 첫 단체장을 꿈꾸고 있다. 반면 이 전 위원장은 민주당 초강세 지역에서 추락 위기에 몰린 보수 정치의 회생 가능성을 타진한다.

◆민주당 바람 부는 대구 = ‘왜 나왔냐’는 질문을 숱하게 듣는 김 전 총리는 ‘추락한 대구 경제와 국민의힘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워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김 전 총리 측이 정리한 각종 지표에 따르면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3137만원으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경제성장률(-0.8%) 역시 특별·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역성장했다. 고용률도 58% 안팎으로 전국 평균보다 크게 낮다. 투자(-13.9%) 역시 감소했다.

대구경제신문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달 18~19일 대구시민 8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3.4%p, 무선 전화 가상번호,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시민들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36.0%), 미래 산업육성과 기업유치(22.2%), 신공항 건설과 공항 경제권 조성(12.1%) 등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김 전 총리는 이 같은 결과를 “(국민의힘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구조 속에서 시민 눈치를 보지 않는 정치가 이어졌다”고 국민의힘을 공격했다.

팍팍해진 민심에 김 전 총리가 ‘시장 적합도’ 조사에서 국민의힘 예비후보를 모두 제치고 1위에 오른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김 전 총리가 선전하면서 민주당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예비후보도 낙수효과를 누리고 있다. 민주당 대구시당에 따르면 6.3 지방선거 대구시의원 출마자는 모두 22명으로 집계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1년 차에 치러진 지방선거(2018년) 때 18명보다 많은 수치다. 대구시당은 인재 영입을 통해 대구시의회 지역구 30곳 모두에 후보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기초단체장 후보도 군위군을 제외한 8개 구·군에서 진용을 갖췄다.

국민의힘 공천 갈등도 호재로 작용했다. 공천에서 배제된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국민의힘은 대구의 위기감이 증폭되자 주 의원과 이 전 위원장 설득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 전 총리 당선 가능성을 점치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선거 막판 보수층이 결집할 수 있어서다. 김 전 총리도 출마의 변에서 “국민의힘이 선거 후반 보수의 위기라며 한 번만 더 지켜달라고 호소할 것”이라면서 “보수를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보수층 결집을 경계했다.

◆다들 포기할 때 광주로 = 다소 느긋한 김 전 총리와 달리 이 전 위원장은 절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 텃밭에 출마한 이 전 위원장은 득표율 30%를 목표로 제시했다. 30%를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독점을 깨는 최소한의 임계치로 규정했다. 또 광주 정치권이 시민을 두려워하는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위원장은 2008년 18대 총선 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19~20대 총선 때 전남 순천에서 연이어 당선됐고, 2016년에는 새누리당 대표까지 지냈다. 의정 활동 기간에는 ‘광주·전남 현안’을 직접 챙기면서 호남에 필요한 보수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특히 ‘자전거 민심 행보’를 통해 소탈한 이미지까지 만들었다. 이 전 위원장이 30%에 성공할 경우 ‘험지를 개척한 상징’으로 평가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하지만 민주당 정당 지지율이 워낙 강세인 데다 비상계엄 이후 처음 치러지는 지방선거라는 특성 때문에 결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도 “누군가는 호남에서 보수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저 이정현은 전남광주특별시장 선거를 통해 그것을 보여주고 싶다. 이길 수 있어서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정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절박함을드러냈다.

극명하게 다른 두 거물 정치인의 험지 출마에 대해 당락을 떠나 ‘의미 있는 도전’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민병로 전남대 교수는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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