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따뜻한 한 끼에서 마지막 향불까지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는 오래도록 이어져 온 조용한 돌봄의 풍경이 있다. 한 주민이 수년째 홀로 사는 어르신을 위해 계절마다 옷을 챙기고, 반찬을 나누며 이웃 이상의 가족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마음에는 지워지지 않는 질문이 남았다. “혹시 내가 없는 사이, 이분이 홀로 생을 마감하신다면 누가 마지막을 함께 해드릴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더 이상 한 개인의 고민이 아니라,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2025년 말 기준 마포구의 1인 가구는 8만7786세대로 전체 가구의 48.7%에 이르러 사실상 두 집 중 한 집이 1인 가구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에 공공이 실천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가족이 돌봄 건강 식사 관계 장례까지 삶의 대부분을 책임졌지만 1인 가구 시대에는 그 기능의 상당 부분이 사회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마포구는 이에 대한 하나의 해답으로 ‘효도밥상’에서부터 출발했다. 효도밥상은 단순한 식사 제공이 아니라 혼자 사는 어르신들을 정기적으로 안부를 확인하고, 외부와 연결하며, 자연스럽게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도록 도왔다. 이는 일상 속에서 고립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어주는 중요한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능한다.
공공이 실천해야 할 새로운 패러다임
‘효도밥상’이 고립을 예방하고 삶을 지켜주는 정책이라면, ‘효도장례’는 삶의 마지막까지 존엄을 지켜주는 정책이다. 과거에는 가족이 장례를 책임지는 것이 당연했지만 가족 구조가 변화한 오늘날에는 ‘무연고 사망’과 ‘장례 문제’라는 새로운 사회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은 한 사람의 삶이 아무런 배웅도 없이 ‘무연고 처리’라는 이름으로 정리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효도장례’는 단순한 장례 지원 정책을 넘어 인간의 존엄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그동안 ‘효도 밥상’이 고립된 삶을 사회 밖으로 이끌고 풍요롭게 만드는 사회적 연결망이자 돌봄 플랫폼이라면‘효도장례’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책임지는 생애 완결형 복지로 나아가는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마포구와 마포복지재단, 연예인 봉사단은 업무 협약을 체결하여 민관이 함께하는 따뜻한 배웅의 기틀을 마련했다. 동주민센터에서는 효도장례 사전의향서를 접수하여 재단에 통보하고, 재단은 신청자 사망 시 효도장례 추진 여부를 연고자에게 확인 후 봉사단에 연계하면 연예인봉사단에서는 장례 절차를 수행한다.
결국 복지는 인간의 존엄을 어디까지 지켜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따뜻한 한 끼에서 시작된 행정의 손길이 마지막 향불까지 이어질 때 비로소 공동체의 책임은 완성된다. 삶을 지켜주는 효도밥상과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효도장례는 ‘혼자 살더라도 공동체가 끝까지 함께한다’는 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한 생애 전주기 복지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생애 전주기 복지 정책의 약속
“혼자 살아도, 마지막은 혼자가 아니다.”
이 메시지는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1인 가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사회가 보내는 약속이다.
전 생애에 걸쳐 개인의 삶을 지키고, 마지막까지 존엄을 보장하는 것, 그것이 공공이 수행해야 할 복지의 역할이며 오늘날 가장 본질적인 효라 할 수 있다.
마포복지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