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OECD 국가 독서실태·정책 비교│② 해외 사례

외국은 교과서 대신 '책'으로 익힌다

2016-03-08 09:54:37 게재

범정부 차원 독서 정책 추진 … 어릴 때부터 교사와 공공도서관 방문 '독서 생활화'

지난 1월 발표된 '201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1권 이상의 책을 읽은 성인은 100명 중 6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 동안 공공도서관을 이용한 적이 있다'는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성인 28.2%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OECD 국가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독서실태는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는 것일까. 그리고 독서 선진국으로부터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일까. 내일신문은 지난해 12월 발간된 문화체육관광부의 '2015년도 해외 주요국의 독서실태 및 독서문화진흥정책 사례 연구' 보고서를 토대로 이에 대해 살폈다.<편집자주>


독서율이 80.1%에 이르는 미국, 83.4%에 이르는 핀란드 등 독서율이 높은 나라들은 범정부 차원에서 독서진흥정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특히 공공도서관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하며 학교 교육에서부터 독서를 강조하는 것이 장점이다.

'도서·독서국'에서 정책 총괄 = 독서·출판 생태계를 총괄적으로 지원, 보호하는 데 앞장서는 국가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문화부의 미디어문화산업실 아래 '도서·독서국'을 두고 독서 생태계 전반을 총괄적으로 지원, 보호한다. 학교와 공공도서관뿐 아니라 저자와 출판사, 서점까지 공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안에 출판 독서 도서관 정책을 펴는 과가 각각 존재한다. 문체부 출판인쇄산업과 인문정신문화과 도서관정책기획단에서 각각 출판 독서 도서관 정책을 추진하는 것. 각 과는 속해 있는 '국'도 다르다. 출판인쇄산업과는 미디어정책과에, 인문정신문화과와 도서관정책기획단은 문화기반국에 속해 있다.

우리나라의 독서·도서관 정책 체계와 비교할 때 프랑스의 경우 독서·도서관 정책이 보다 통합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셈이다.

미국 도서관엔 '청소년실' = 미국은 공공도서관 인프라가 잘 구축된 국가 중 하나다. 2015년 4월 기준 14세 이상 국민의 69%가 도서관 회원이며 공공도서관 프로그램은 인구 5000명당 62.4개에 달한다. 이 중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40개다.

미국의 공공도서관들은 취약계층 어린이를 위한 '퍼스트 북', 초등학교 1학년 읽기부진 어린이를 위한 '리딩 리커버리' 저소득층 가족들을 위한 '달러 스토어 프로젝트' 등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고졸학력인증코스, 타언어 사용자를 위한 영어교육, 기초문해교육 등을 타기관과 협력해 수행한다.

또 실업급여 온라인 지원서 작성법, 취업 자료 사용법, 입사지원법 등 취업과 관련된 프로그램도 제공하며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넓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도서관을 자주 방문하게 된다.

10대가 되면 공공도서관 이용률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 미국 공공도서관들은 어린이실과 마찬가지로 청소년실을 갖추는 추세다. 별도의 청소년실을 갖춘 공공도서관이 60%에 이르며 40%는 청소년들을 위한 전문 사서를 갖추고 있다.

보고서는 "십대 공간이 있기 전, 십대들은 도서관에 와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무리였다"면서 "십대들의 도서관 이용에 대한 관찰 결과, 그들은 커뮤니티 공간으로 도서관을 인식하고 이용한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고 밝혔다.

학생과 사서의 교류 '풍부' = 핀란드의 경우 학교 교과 과정 전반적으로 '독서'가 강조된다. 핀란드는 여타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전 과목에 걸쳐 교과서가 아닌 책으로 수업한다.

'독서'라는 과목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전 교과에 걸쳐 '책'을 교재로 수업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독서 교육이 이뤄지는 형태다.

핀란드는 교육부와 문화부가 통합된 '교육문화부'를 두고 있으며 교육문화부에서 모든 독서 관련 정책을 총괄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장점이다.

교육문화부에 함께 속해 있기 때문에 학교와 공공도서관의 협력이 프로젝트별, 프로그램별로 원활하게 이뤄진다.

핀란드는 학교도서관을 설치하지 않고 공공도서관을 활발하게 이용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공공도서관의 3분의 1이 학교 인근에 세워져 있어 교과 과정 중 학생들과 교사들이 자주 이용한다. 학교생활 속에서 공공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학생들은 사서와도 빈번하게 교류하게 된다. 부모가 도서관에 데려가지 않는 가정의 자녀라도 도서관 방문이 일상화된다는 얘기다.

이러한 독서 환경은 학교에서 어떠한 방식의 평가도 하지 않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는 10년마다 핵심교육과정이라는 기본적인 교육과정을 제공하며 나머지 교육 내용은 전적으로 교사에게 맡긴다. 어떤 책을 학생들과 함께 읽을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읽을 것인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교사에게 달려 있다.

핀란드의 교육과 독서교육은 전적으로 교사에 대한 신뢰에 바탕을 두는 셈이다.

한편 핀란드의 공공도서관에서 이뤄지는 각종 프로그램은 '공공도서관 프로젝트 레지스트리(http://hankkeet.kirjastot.fi/)'에 모두 등록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 이 사이트는 교육문화부에서 재정 지원을 하고 공공도서관위원회가 운영한다.

이 사이트에 등록된 모든 프로그램에는 운영주체 대상 시행기간 진행방식 앞으로의 계획 등이 담겨 있다.

2015년에는 258개의 도서관 프로그램이 295만유로(약 34억1800여만원)의 예산으로 집행됐다. 이 사이트에는 주제별 대상별 지역별 검색 기능이 있다. 사서들은 이 사이트를 통해 프로그램별 모든 정보를 얻고 앞으로의 기획에 참고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OECD 국가 독서실태·정책 비교'연재기사]
- [우리나라와 OECD 국가 독서실태·정책 비교 ①] 우리나라 '습관적 독자' 가장 적다 2016-03-07
- [우리나라와 해외 독서실태·정책 비교│② 해외 사례] 외국은 교과서 대신 '책'으로 익힌다 2016-03-08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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