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철강업계, 구조조정 속도낸다

2016-05-10 10:33:21 게재

국내업체들 자발적 구조조정 합의 … 다음주중 연구용역 계약 체결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불거진 철강업계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10일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6~7개 철강업체들이 비용을 분담해 보고서 작성을 위한 연구용역계약을 다음주중 체결할 예정"이라며 "구조조정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보고서를 7월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발적 보고서 작성에 참여키로 한 업체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동부제철 대한제강 한국철강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이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더 이상 뒷짐만 지고 있을 순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정부는 철강업종에서 50만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신규 철강사업 승인을 중단, 2019년까지 총 철강생산을 1억5000만톤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중국의 철강생산량은 연간 8억톤(생산능력 13억톤)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과잉설비에 따른 철강산업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국내업체들도 하루빨리 구조조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된 것으로 안다"며 "연구용역 결과보고서가 나오면 오는 8월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시행과 연계해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철강업계 중 가장 굵직한 구조조정 대상은 동부제철의 당진공장(전기로, 300만톤) 이다. 2014년 12월 가동 중단이후 LG상사가 중간에서 이란 업체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관계자들은 빠르면 이달, 늦어도 6월중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란은 전기로 열연의 원재료인 직접환원철(DRI)을 대량 생산하고 있어 동부제철의 전기로를 매입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동부제철은 전기로 매각에 성공할 경우 몸집이 비교적 가벼워져 다른 사업장 매각을 추진하기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동부제철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8887.9%에 이른다.

포항 후판 1, 2공장을 폐쇄한 동국제강은 이 공장의 처리문제가 고민이다. 2015년 기준 동국제강의 순이익률은 0.3%, 부채비율은 153.6%다.

이 외에 품목별로는 중국산 제품이 물밀 듯 들어온 H형강, 철근은 과잉설비 덫에 걸렸다. 고급철을 만들 때 일종의 첨가물 역할을 하는 합금철도 예외가 아니다.

셰일가스 붐으로 설비증설에 나섰던 강 관업체들도 저유가 장기화로 수습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강관은 내부에 빈 공간이 있고 봉 형태를 띠는 철강제품을 통칭하며 유전개발용 송유관용 일반배관용 열교환기용 농업용 등에 쓰인다.

한편 세계 조강생산능력은 2000년대 초반부터 급증했으며, 설비확장의 대부분은 신흥국에서 발생했다. OECD 철강위원회에 따르면 세계 명목 조강생산 능력은 2015년 23억6000만톤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 대비 126% 증가한 규모다.

일부 국가·기업들의 구조조정 방침에도 불구하고 아직 세계 곳곳에서는 신증설 투자프로젝트가 진행돼 세계 철강 생산능력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만 따져도 2016~2018년 동안 4730만톤의 설비가 증가할 전망이다.

글로벌 철강업체들은 공급과잉과 낮은 철강가격으로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또 과잉생산능력은 각 국가별 철강시장에 압박을 주어 무역구제조치 확대를 유발하는 등 통상마찰로 번지고 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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