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구조조정 7개기관 감사

깃털만 건드리는 '뒷북감사' 우려

2016-06-01 10:53:52 게재

청와대·금융위 몸통 빠져

"국회차원 조사 필요"

감사원이 기업구조조정 관련 7개 기관을 대상으로 '기업금융 리스크 실태' 감사에 나섰다. 해운·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금융감독당국과 정책금융기관 구조조정 실태 전반의 책임추궁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감사대상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6개 정책금융기관과 금융감독원이다. 1일 예비감사에 착수한 감사원은 7월 중순 쯤 본감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작 기업부실의 핵심인 청와대는 감사대상에서 제외됐다. 국책은행을 관리하는 금융위원회도 빠졌다. 뒷북감사에 깃털만 희생양으로 만들기 위한 수순이란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윤석헌 전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중요 결정은 서별관회의 등 윗선에서 이뤄지고 산은과 수은은 집행만 했을 텐데 몸통만 빼고 깃털만 건드리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산은이나 수은이 구조조정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고질적인 관치금융과 낙하산인사가 꼽힌다. 두 국책은행은 수장이 임명될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대표적 부실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산업은행이 대주주가 된 2000년 이후 '공수부대'라는 오명을 얻을 정도였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2008년 이후 임명된 사외이사 18명 가운데 12명이 낙하산 인사였다고 주장했다.

국책은행 관계자들은 "정책금융기관의 부실기업 추가지원 등 굵직한 현안은 서별관회의 등을 통해 청와대 입맛대로 움직여왔다"고 증언하고 있다. 최근 전직 산은 고위인사는 언론인터뷰에서 "2015년 10월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을 지원하게 된 것도 정부의 결정에 따른 것일 뿐 산은의 의사는 반영될 여지가 전혀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산은과 수은이 얼마씩 돈을 대야 하는지조차도 (서별관회의 이전에) 이미 다 정해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빠진 감사로는 해운·조선업 부실화의 원인도 규명하기 어렵고,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할 수도 없는 셈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국책은행도 대주주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한 책임이 크지만, 더 큰 책임은 이를 지시한 금융당국과 청와대에 있다"면서 "감사원 감사가 꼬리자르기에 그칠 우려가 있는 만큼, 국회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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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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