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아닌 '재능' 따져 장학금 준다

2016-11-08 10:04:36 게재

강북구 '미래세대 투자법' 달라

어린이·청소년다움 회복에 초점

# 서울 강북구는 14일부터 25일까지 '재능장학생' 6명을 선발한다. 음악 체육 연극 등에 소질이 있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재능계발을 못하고 있는 어린이·청소년에 필요한 학습과정을 지원한다.

# 3일 수유동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는 전국 어린이 동요대회가 열렸다. 어린 아이들도 대중가요가 더 친숙한 요즘이지만 '동심 회복'을 기치로 전국단위 대회를 이어가고 있다.

강북구가 미래세대에 투자하는 방식을 여느 지자체와 달리해 눈길을 끈다. 자녀교육에 열을 올리는 학부모들을 붙들기 위해 명문 중·고교 육성이나 성적이 뛰어난 학생을 우선하기보다 인성과 호연지기를 기르고 재능을 키우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가 미래세대 인성을 기르고 어린이.청소년다움을 회복하는데 집중 투자하고 있다. 컴퓨터와 게임 등에 빠지기 십상인 어린이들에 동심을 일깨워줄 동요대회도 그 중 하나다. 사진 강북구 제공


'꿈나무키움장학재단'은 주민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만든 재단으로 올해 5번째 재능장학생을 선발한다. 예전처럼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꿈꾸며 장학금을 지원하는데 '재능계발'에 한한다. 국악 기악 작곡 등 음악, 회화 조형 공예 등 미술, 전통무용 발레 실용무용 등 무용, 연극 뮤지컬 퍼포먼스 등 연극까지 6개 분야를 대상으로 연간 300만원까지 지원한다. '학습'도 지원 분야에 포함돼있지만 수학 과학 문학 등으로 세분, 성적을 우선한 지원과는 모양새가 다르다.

재능계발이 목적인 만큼 '결실을 맺을 때까지' 매년 재심사를 거쳐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다만 학업을 중단하거나 재능계발을 소홀히 할 때 장학금을 중단한다. 문학 꿈나무로 5년째 지원을 받는 동국대학교 재학생, 디자인 꿈나무로 역시 5년간 지원받고 있는 홍익대학교 재학생을 비롯해 태권도 한국무용 연극·뮤지컬 실용음악 힙합 발레 농구 꿈나무까지 재능 장학생은 다양하다.

전국 어린이 동요대회와 '엄홍길 대장과 함께 하는 청소년 희망원정대'는 잃어버린 어린이·청소년다움을 되찾도록 돕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사업이다. 올해로 두번째 열린 동요대회는 서울시 미래유산 1호이자 지역 주요 자산인 윤극영 선생 가옥 복원을 계기로 시작됐다. 우리나라 첫 창작동요인 '반달'을 비롯해 '설날' '고드름' 등을 작사·작곡한 선생이 1977년부터 생을 마감한 1988년까지 거주한 수유동 가옥을 지난해 복원·개관하면서 첫 대회를 준비했다. 대중가요에 친숙한 어린이들이 꿈과 상상을 담은 동요를 부르며 동심을 회복하고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같은 의미에서 동요 보급과 어린이 문화운동에 앞장섰던 선생의 뜻을 잇는 행사이기도 하다.

올해는 보육시설 어린이부터 초등학생까지 독창·합창 부문 128개 팀이 응모, 기량을 뽐냈다.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대회인 만큼 기교보다는 음정 박자를 정확히 지키는지, 노랫말과 가락에 알맞은 속도로 부르는지 등을 주로 따졌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어린이들이 게임과 컴퓨터에서 벗어나 동요를 부르면서 동심의 세계로 가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전국 각지에서 더 많은 어린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희망원정대는 학업으로 인한 압박감과 인터넷 중독 등에 짓눌린 청소년들을 위해 마련한 해방구. 질풍노도의 시기를 대표하는 중학교 2학년 학생 60명을 대원으로 선발, 북한산 도봉산 태백산 등반을 통해 체력과 정신력을 기르도록 한다. 매달 빠지지 않고 산행에 참여한 학생 가운데 2명은 히말라야 산행에도 동참한다. 구 관계자는 "당초 학교 부적응 학생을 중심으로 선발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고르게 기회를 준다"며 "땀을 흘리면서 호연지기와 도전정신을 키우는 효과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밖에 종교계가 벽을 허물고 난치병 어린이들 치료 지원에 발벗고 나선 '종교연합 바자회'는 올해로 17년이나 됐다. 백혈병에 걸린 수유여중 학생을 돕기 위해 천주교와 기독교 불교계가 뜻을 모았고 구에서도 그 뜻에 공감, 후방 지원을 도맡고 있다. 박겸수 구청장은 "미래세대가 꿈과 열정을 가슴에 담고 건강하게 성장해 지역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어린이·청소년들이 자신만의 재능을 갈고 닦도록 다양한 분야를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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