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정부주도→조합장 참여'로 바껴

2016-11-28 11:01:09 게재

'1961년 체제' 변화 흐름

헌법 따라 정부·조합 성숙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에서 일선 조합장 역할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법안 개정안을 내놓으면 그에 따라가던 흐름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농협 모두 성숙한 결과로 볼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김영춘) 법안심사 소위원회는 지난 25일 농협법 개정안 심사를 갖고 농협축산특례규정 및 축협조합장들에 의한 축산경제대표이사 선출방식에 합의한 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지난 5월 20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입법예고한 안과 크게 달라진 내용이다.

◆축산경제 자율·정체성 두고 정부·조합 충돌 = 농식품부는 2000년 축협중앙회를 농협중앙회로 통합할 때 두었던 '축산특례(농협법 132조)' 조항을 폐지하는 안을 내놓았지만 입법예고 기간 축협조합장들을 중심으로 한 축산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축산특례는 축협중앙회를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로 통합하면서 축산경제의 자율성·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었다. 축산경제대표는 조합장대표자회의에서 추천된 자를 총회에서 선출한다는 조항 등 4개로 구성됐다.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에서 축산사업을 담당하던 축산경제가 중앙회가 100% 출자한 농협경제지주로 통합되기 때문에 이 조항을 둘 근거가 사라졌다는 입장이었다. 사업대표를 조합장선거로 뽑으면 경영판단을 정치적으로 하게 돼 피해가 크다는 것도 이유였다.

하지만 조합장들은 정부 입법안에 강력히 반발했고, 축산경제지주 설립이라는 대안을 내놓으며 맞불을 놓았다. 전국 139개 축협조합장들은 5월 31일 농협중앙회에 모여 농협축산지주 설립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축산특례 유지를 요구했다.

정문영 전국축협조합장협의회장 겸 축산발전협의회장은 "2000년 당시 헌법재판소는 축산특례조항이 있어 농·축협중앙회 통합이 위헌이 아니라고 했다"며 "전체 농업생산액의 42%를 차지할 정도로 축산업 위상이 커졌으면 이를 반영해 축산업 전문성과 자율성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데 정부안은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문표(새누리당·충남 홍성예산) 의원은 축산특례유지를 담은 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조합장들 주장에 힘을 실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이병규) 등 축산업계도 22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범축산업계 공동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올바른 농협법 개정촉구를 위한 전국 축산인 총궐기대회'를 열고 "축산특례존치"를 외쳤다. 이날 참여농민은 1만2000여명(주최측 추산)에 이르렀다.

◆정부, 조합에 양보 … 내년 본격 논쟁 예고 = 정부가 내놓은 농협법 개정안의 핵심조항이 조합장들 의견으로 수렴된 것은 농협법 개정 역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농협법은 1961년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가 만든 '이동농협·시군농협 및 농협중앙회' 체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 '1961년 농협 체계'의 특징은 정부 주도였다. 중앙회장과 농협조합장들도 정부가 임명했다. 정부는 농촌의 고리채와 생활물자 부족 문제 등을 해소하고, 농촌에 민간자본이 축적되도록 노력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하면서 조합장 및 농협중앙회장도 직선제로 바뀌었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흐름은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농협법 개정은 지금까지 정부 주도 흐름에 변화를 가져왔다. 농업부문에서도 상대적으로 경제적 토대를 갖춘 축산부문에서 자율성을 들고 나온 것도 주목된다. 정부도 이전과 달리 조합장들 의견을 받아들였다. 민간농업경제연구소 GS&J 이정환 이사장은 "헌법 123조 5항에 국가는 농업인의 자조조직을 육성하고,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고 했다"며 "정부가 이런 헌법 정신에 따라 농협육성에 힘썼고, 성장한 조합의 목소리를 경청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대통령선거 시기를 거치면서 본격적인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정연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