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잡은 조승식, 재벌 파헤친 박영수
강력부·특수부 '전설' … 최순실 국정농단 파헤칠 특검 후보 추천
조승식, 외압 통하지 않는 뚝심 … 박영수, 섬세한 외유내강형
야 3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 후보로 검사출신 조승식(64·사법연수원 9기), 박영수(64·10기) 변호사를 추천했다. 조 변호사는 대검 형사부장 출신으로 조직폭력배 수사로, 박 변호사는 대검 중수부장 시절 현대차 비자금 사건 등 재벌비리 수사로 명성을 날렸다.
두 사람 중 누가되더라도 이번 사건을 파헤치는 데 적임자란 평이다. 당초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대법관 후보자들은 최종 추천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약점 안잡히려 2차 술자리 안가 = 조승식 변호사는 검사시절 조직폭력배 수사로 유명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조폭을 때려잡는 조범석 검사의 실제 모델로 알려졌다.
충남 홍성 출신인 조 변호사는 1979년 검사생활을 시작해 2007년 대검 형사부장으로 퇴임할때까지 29년의 검사생활 중 20년 가량을 강력범죄를 다루는 부서에서 근무했다. 대구지검 강력부장을 비롯해 수원지검 강력부장, 대검 강력부장, 대검 마약조직범죄 부장 등을 지냈다.
주먹세계에서 '조폭의 저승사자'라는 별명으로 불렸고 폭력배들이 제일 무서워 하는 검사였다. 조 변호사를 아는 한 지인은 "폭력 조직들이라 하면 몸통과 일당 전부를 소탕하기 전에는 결코 잠을 자지 않는 성품이라, 밤을 낮 삼아 일에 몰입하는 불같은 열정으로 유명하다"며 "조승식에게 걸려들면 어떤 빽을 동원해도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말이 조폭 사회에 널리 알려진 일화"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기관리도 철저하다. 그는 과거 "초임검사 시절 조폭을 수사할 때 수사 받던 놈이 계속 진정서 등을 대검과 청와대 등에 보내 고생을 많이 했고, 그때 술자리 2차는 무조건 안간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퇴임후에도 '돈 버는' 변호사 생활 대신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로 돈을 벌려면 아쉬운 소리 해야 하고 뻥도 쳐야 하는데 체질이 맞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대신 그는 술과 골프를 하지 않는다. 현재는 변호사인 아들의 사무실에 이름을 올려놓고 '훈수'를 두고 있다.
그는 "9년째 중국어 공부하고 있으며 향후 중국인 관련 무료로 법률조언을 해주는 것이 희망"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구속, 재계 기피인물 1호 = 박영수 변호사는 1983년 서울지검 검사로 시작해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사정비서관, 참여정부에서 중수부장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 들어 서울고검장으로 옷을 벗었다.
그를 아는 한 전직 검사는 "모나지 않게 하면서도 할 것은 다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여기저기 각을 세우지도 않으면서도 수사 끝날때 보면 할 것은 다 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외모에 비해 성격이 굉장히 섬세한 편이다.
그는 특히 재벌 기업 수사에 강하다. 참여정부가 출범할 때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었던 그는 SK 수사를 지휘해 비리를 파헤쳤고, 그게 단초가 돼서 대선자금 수사가 시작됐다. 당시 실세인 최도술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비리를 파헤친 것도 그다. 특히 정권초기 서슬이 시퍼럴 때 박영수 검사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실을 추적해 파헤쳤다.
그 결과 그는 부산 동부지청장으로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대검 중수부장 시절 현대차 비자금 사건을 파헤쳐 정몽구 회장을 구속한 일화는 유명하다. 삼성 에버랜드 사건을 수사할 때도 집요하게 삼성의 특혜를 파고들었다.
이 때문에 재벌기업에선 기피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싹쓸이 수임으로 문제가 됐던 일부 전관 변호사들과 달리 그는 변호사 개업 후에도 사건 브로커의 유혹을 일체 거절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아직 대통령의 최종 결심이 나지 않아 말하기 조심스런 입장"이라면서도 "만약 특검이 된다면 법리와 증거에 따라 성역없이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의혹을 수사할 수 있는가가 첫번째 선택 요건이었다"며 "정치적 성향이나 지역적 성향에서도 자유로운 두 후보자를 추천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