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업재해를 줄이는 유일한 길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산업재해 현장을 찾아가고 국무회의에서 여러 차례 산재 문제를 언급하는 목소리에서 필자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진정성을 느낀다. 고용노동부 장관에게는 직을 걸라고 주문했고 산업안전보건본부장에는 민간 전문가를 선임하는 등,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산재를 줄이기 위해 뛰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산재가 획기적으로 줄고 있다는 징표를 아직 확인할 수 없다.
사용자의 긴장감 올리는 것만으로는 부족
물론 대통령의 관심과 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산재예방을 위한 꼭 필요한 전제 조건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산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확인하고 있다. 만약 사용자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것만으로 산재가 줄어들 수 있었다면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산재는 급격히 감소했어야 한다. 긴 시간으로 보면 산재는 천천히 줄어들고 있지만 그 속도는 너무 더디며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그 속도를 크게 바꾸지 못했다. 최근 연일 발생하는 출근했다가 퇴근하지 못하는 산재 사고를 보면서 “앞으로 천천히 줄어들 것이다”라는 기대로 시간을 보낼 수만은 없다.
오래 전 한 사업장에서 발생했던 추락 사고는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난간이 무너지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이 사고는 과연 막을 수 없었을까? 그 위치를 상시적으로 지나가는 노동자는 분명 위험을 미세하게나마 느꼈을 것이다. “어, 난간이 미세하지만 조금 흔들거려” “발판이 평소보다 조금 더 출렁거리네”와 같은 목소리가 바로 산재예방 개선과제가 돼야 한다. 사업장 안전 담당자는 추락 방지 난간을 매년 도색하며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했을지 모르지만 정작 그 난간의 잠재적 위험을 감지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산재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위험에 노출돼 있는 노동자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곧 개선과제로 연결돼야 한다. 노동자의 손끝에서, 오감을 통해 느껴지는 아주 작은 불안감과 위험 신호가 사전에 포착되면 바로 개선되는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위해서는 노동자 스스로도 산업안전에 대한 책임감 있는 참여와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또한 “노동자가 요구한 개선사항이 모두 해결됐음에도 사고가 발생한다면 공동 책임을 지겠다”는 정도의 각오와 관심, 그리고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자의 산업안전예방활동 시간과 권한이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이러한 자세로 접근하면 노동자에게 실질적인 작업중지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더 큰 힘을 얻을 것이다. 필자는 35년 넘게 노동조합에서 일하고 있지만 사용자가 된다고 해도 근로기준법 100% 준수는 몰라도 ‘산재 제로’를 장담할 수 없다. 산재예방은 사용자와 정부의 강력한 의지나 법적 처벌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노동자의 요구가 모두 개선됐다면 민사적 책임은 몰라도 형사적 책임은 일정 감해 줄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사용자 역시 면피용 대응이 아닌, 노동자의 위험 제거 요구를 더욱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이다.
노동자의 책임감 있는 참여가 안전 완성
이제는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가장 중요한 안전 개선과제로 삼고, 노동자의 책임 있는 참여와 활동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 노동자 요구가 모두 반영되는 산업안전 예방 활동만이 우리가 목표로 하는 ‘산재 제로 사회’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