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보건소의 진화, 반갑다

2025-12-17 13:00:02 게재

최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양천구보건소 별관을 방문했다. 지난 3월 문을 연 곳인데 1층에 들어서자마자 처음 보는 기구가 눈길을 끌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몸무게를 잴 수 있는 저울이라고 했다. 나이 50이 넘도록 본인의 정확한 키를 알 수 없었다는 장애인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에 휠체어에 앉은 채로 몸무게를 재는 저울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또다른 ‘신박한’ 기계도 있었다. 하체에 힘이 없는 힘든 장애인이 앉은 상태에서 체성분을 측정하는 기계였다. 기기 위에 선 상태에서 손으로 측정기를 잡는 대신 앉아서 팔에 두르는 형태다. 양천구 주민만 이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보건소 관계자들은 “일단은 그렇지만 희망하는 시민이 있다면 연락해달라”고 말했다. 반가웠다. 한편 아쉬웠다.

성동구에서 공공 재활의원을 만났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구로구 장애인 치과를 방문했을 때도 같았다. 전국 지자체가 보건소를 운영하고 있고 주민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왜 이들만 특별해 보일까.

강남구보건소는 지난달 각종 중독 예방부터 치료와 재활 사회복귀까지 한곳에서 지원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보건소 건물 5층에 있는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다. 마약 관련 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청소년들의 스마트폰·인터넷 과의존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통합 대응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강남구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광역 중독센터가 강북권에만 있다는 점에 착안해 공공이 주도하는 통합형 지원시설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구는 대학병원과 협업해 정신건강의학 분야 임상·연구 전문 인력을 배치했다. 전문가들은 중독 조기 발견과 개입, 상담 치료 재활 지원, 가족 상담과 교육, 중독 폐해 예방 교육은 물론 지역사회와 연계 등에 힘을 보탠다.

이들 이외에도 몇몇 자치구 보건소는 청년들 건강검진을 위해 토요일에 문을 열고 주민들이 식생활을 보다 건강하게 개선할 수 있도록 전통 장을 함께 담근다. 청년들 고립 문제에 깊이 개입해 자체적으로 민·관·학이 함께하는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통합 대응방안을 논의하거나 국민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건강검진을 더 많은 주민들이 활용하도록 ‘6090원 건강검진’ 홍보에 나서기도 한다.

각 자치구가 시작한 이들 사업이 전국 어느 지자체에 사는 주민이라도 혜택받을 수 있는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잡길 기대한다. 올해로 꼭 30년이 된 지방자치의 의미가 그런 것 아닐까. 어느 한곳에서 시작한 ‘특별한 서비스’가 옆 도시로 전파되고 전 국민이 같은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판단되면 중앙정부 차원에서 확대하는 형태 말이다. 그런 점에서 조금 아쉽거나 늦은 감도 있지만 한단계 진화해가는 보건소들의 서비스가 반갑다.

김진명 자치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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