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미 연준의장 2파전, 달러는 어디로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굳어지는 듯했던 미국의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 인선 구도가 2파전으로 돌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자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유력 후보로 거론하면서다. 워시는 2017년 트럼프가 연준 의장을 물색하던 당시에도 최종 후보군에 올랐던 인물이다. 당시에는 제롬 파월에게 밀렸지만 이번에는 다시 핵심 경쟁자로 부상했다.
‘금리 1%’를 공공연히 압박하는 트럼프의 발언 속에서 워시의 재등장은 연준 인선이 단순한 인물 선택을 넘어 통화정책의 방향과 중앙은행 독립성을 가늠하는 문제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논쟁은 곧바로 달러화 가치와 글로벌 자본 흐름으로 이어진다.
단기 부양인가, 정책 신뢰인가
해싯이 유력 후보로 거론돼 온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된 메시지가 있다. 그는 기준금리를 “1% 혹은 그보다 더 낮게” 설정하고 싶다고 밝혔고, 고금리가 미 재무부의 막대한 국채 이자 부담을 키운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왔다. 나아가 차기 연준 의장이 금리 결정 과정에서 대통령과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중앙은행 독립성이라는 원칙에서 볼 때, 시장이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발언은 아니다.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거는 신호는 채권시장에서 먼저 나왔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는 11일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회의에서 워시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워시의 연준 관련 저술과 통화정책 인식에 공감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이먼은 그동안 “연준의 독립성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정치적 개입의 위험을 경고해온 인물이다. 그의 워시 지지는 ‘금리 1%’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연준이 정치적 압력과 지나치게 가까워질 수 있다는 데 대한 채권시장의 경고로 읽힌다.
월가의 시선이 엇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싯이 이끄는 연준은 트럼프의 요구에 보다 직접적으로 호응하며 단기간에 금리를 큰 폭으로 낮출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기적으로 국채가격을 끌어올리고 주식시장에도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시 자극될 경우 장기금리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최근 채권시장에서 장기 물가 전망을 보여주는 ‘5년 후 5년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가 다시 고개를 드는 점은 이런 경계심을 반영한다.
반면 워시가 연준 의장이 될 경우 통화정책의 궤적은 보다 다르게 그려진다. 그는 지나친 통화완화가 물가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온 인물이다. 워시가 구상하는 금리 경로는 한번에 내리는 인하가 아니라 물가안정이 확인된 이후 점진적으로 금리를 낮추는 ‘질서 있는 하강’이다.
이는 트럼프의 ‘금리 1%’와는 분명한 온도 차다. 채권시장 입장에서는 단기 자극보다 예측 가능한 정책 경로가 더 중요하다. 다이먼의 발언이 워시 쪽에 무게를 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연준 의장 인선은 달러화 가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해싯 연준이 현실화될 경우 공격적인 금리인하 기대는 달러 약세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이 정책 신뢰 훼손에 따른 변동성 확대로 나타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은 오히려 불안해질 수 있다.
워시 연준의 경우 금리인하 속도는 느리더라도 정책 일관성이 유지되면서 달러는 고점을 통과한 뒤 점진적인 약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달러 독주가 완화되는 과정이지 통화가치의 급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달러와 한국 시장에 던지는 신호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이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최근 주요 통화 대비 달러는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원화는 상대적으로 더 약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싯 연준은 단기적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할 수 있으나 환율 변동성을 키울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 반대로 워시 연준은 금리와 환율 모두에서 보다 완만한 조정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연준 의장 인선은 ‘누가 금리를 더 빨리 내릴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달러와 글로벌 자금 흐름이 어떤 경로로 조정될 것인가를 가늠하는 선택이다. 한국 시장이 주목해야 할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상범 국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