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어려워진다는데…' 지갑닫는 서민
국책연구기관도 내년 성장률 하향조정 … 중산층 이하 실질소득도 하향
시간이 갈수록 한국 경제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다. 올 초만 해도 최대 3.0%, 적어도 2%후반대 성장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달 들면서 민간연구기관들은 내년 성장률 2% 초반대의 '비관적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후한 전망을 내놓았던 국책연구기관마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기구도 민간 연구기과 함께 '하향조정'에 가세했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 이후 세계금융시장 금리가 출렁이며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300조를 돌파한 가계부채로 빚 있는 가구와 기업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어느 때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최근 들어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실질소득이 하락하며 '빈익빈부익부'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17년 실물경제는 '긴축 한파'가 몰아칠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2% 성장 점치는 곳도 = 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6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내년 성장률을 2.4%로 제시했다. 불과 6개월 전 KDI는 내년 성장률을 2.7%로 전망한 바 있다. KDI는 "대내외 위험요인이 확대되지만 우리 경제의 위기대응 능력은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대안으로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 뿐 아니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내놨다. 정부의 적극적이고 전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기존방식으로는 지금의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책연구기관인 KDI의 전망은 그나마 낙관적인 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9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내다봤다. 10월에는 LG경제연구원이 내년 성장률을 2.2%로 내다보며 올해(2.5%)보다 더 낮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같은 달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금융연구원은 2.5% 성장률을 제시했다.
11월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올해보다 0.1%p 낮은 2.6%로 내다봤다. 지난 6월 전망치보다 0.4%p가 낮아졌다.
국제기구와 민간연구기관들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조정한 것은 세계 교역 둔화로 수출이 둔화되고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 등 하방위험이 곳곳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정농단사건이 장기화되며 국내 정치리스크까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나마 이들 기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최근 국내외 정치리스크를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반면 정부는 현재 내년 성장률을 3.0%로 보고 있다. 정부의 내년 성장률 수정 전망치는 이달 말 발표된다. 정부 역시 하향 조정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빈곤층은 더 어렵다" = 여기에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실질소득이 갈수록 낮아지고, 금리마저 출렁이고 있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1300조원이 넘는 빚을 떠안고 있는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다. 기업도 자금조달이 버거울 수밖에 없다.
특히 경기불황이 길어지면서 실질 가계소득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가계와 기업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지갑을 닫고 있다. 내수 회복마저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의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올해 7∼9월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44만50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7%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를 고려한 실질 소득은 오히려 0.1% 감소했다. 실질 소득은 작년 3분기 증가율 0%를 기록한 뒤 4분기 -0.2%, 올 1분기 -0.2%, 2분기 0.0%로 이어지며 계속 줄어들고 있다. 소비심리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가구당 실질 소비지출은 0.1% 줄면서 3분기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빈부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소득 분위별로 살펴보면 빈곤층인 1·2분위는 소득이 줄었고 4·5분위는 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41만7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감소했다. 반면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 소득은 854만원5000원으로 2.4% 늘어나 대비를 이뤘다.
빈부격차 심화는 한국은행의 한계가구 분석에서도 확인된다. 한계가구는 '처분가능소득에서 금융부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는 가구를 뜻한다. 한계가구는 2014년 130만3000가구에서 1년 새 4만가구가 늘었다. 한계가구가 짊어진 부채도 급증했다.
앞으로 시장금리가 1%p 더 오르면 한계가구가 지난해 3월 말보다 8만8000가구 늘어난 143만가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금리상승이 어려운 서민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을 것임을 예고하는 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