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 2017년 전략은 '몸조심'

2016-12-26 10:25:39 게재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 5%로 하향 … 리스크·자산관리 주력

최근 2년간 가계대출 급증에 기대 순익을 크게 늘렸던 은행들이 내년에는 리스크 관리에 주력할 전망이다. 또 미국발 금리상승 영향으로 예대마진이 줄어들 것을 고려해 자산관리와 핀테크 등 신시장 개척에 방점을 찍는다.
비상금융상황 대응회의│미국발 금리상승과 가계부채 급증으로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금융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비상금융상황 대응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제공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2017년 가계대출 목표 증가율을 연간 5% 수준으로 묶었다. 올해 은행권 가계대출이 10.6%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연간 증가액으로 계산하면 약 35조원에 이른다. 은행들은 최근 금융감독원에 이같은 내용의 '2017년 가계대출 관리계획'을 제출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10% 이상 증가했다. 지난달 말 잔액은 704조6000억원이다. 은행들은 올해 증가율을 6~7%로 예상했지만, 아파트집단대출 급증세 등에 힘입어 2배 가까이 더 늘었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급증세가 다소 진정될 전망이다. 집단대출은 지난 10월부터 소득심사가 강화됐다. 내년부터는 잔금대출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돼 비거치·원금분할상환 원칙을 지켜야 한다. 또 이달부터 DSR(총체적원리금상환비율)이 도입돼 기존 대출이 많은 사람은 추가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다.

리스크관리 나서는 은행들 =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신년경영전략을 '선제적 리스크 관리'로 설정했다. 내년 경기침체가 올해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실기업이나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부터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는 전략이다.

KB국민은행은 내년부터 총 여신 500억원 이상을 보유한 기업집단을 선정해 매년 신용평가를 실시하고 관리한도를 설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기업여신심사부 내에 중견그룹 관리를 위한 팀을 신설한다. 가계여신도 리스크관리 기준을 상향조정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부실자산으로 인한 비용인 대손충당금을 최소화하고 부실여신 한도를 줄여 자산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KEB하나은행은 시장금리 상승에 대비해 변동·고정금리대출 비중 관리와 1년 초과 장기예금 조달 강화를 통해 금리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새해 예정된 리스크 관련 감독규제 강화에 선제 대응할 방침이다.

농협은행은 저신용자, 다중채무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글로벌 금리상승에 따른 위험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IBK기업은행 역시 리스크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 내정자는 "내년에는 무엇보다 '생존'이 경영전략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며 "당장 중소기업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핀테크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자산관리 영업 강화 = 대출에 의존하는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자산관리(WM)' 강화에도 나선다.

우리은행은 최근 조직개편에서 WM사업단 내에 WM추진부를 신설했다. 프라이빗뱅킹(PB) 사업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우리은행은 내년부터 PB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준 자산가 기준을 '자산 3000만원 이상'으로 기존 5000만원보다 완화했다. 예비 PB·재무설계사(FA) 인력 350명에 대한 교육도 마쳤다.

KB금융그룹은 금융지주 산하에 WM총괄부서를 신설하고 국민은행 산하 WM그룹과 KB증권의 WM부문을 통할하기로 했다. 통합조직 부서장은 현 은행 '부행장급'이 맡게 해 격을 높였다. 하나금융그룹도 KEB하나은행을 중심으로 지난달 자산관리시스템 테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내년까지 자산관리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NH농협은행도 개인고객부 산하에 '단'으로 있던 WM부문을 '부'로 승격시켰다. 퇴직연금부와도 통합해 'WM연금부'를 확대신설했다. 은퇴고객에 대한 자산관리 사업을 키우는 등 연금사업과 WM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은행들은 조직개편을 통해 핀테크(금융·기술)와 외환사업 등도 강화했다. 우리은행은 국내 거주 외국인 개인고객 대상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인영업부를 신설했다. 또 농협은행이 스마트금융부를 스마트금융부와 핀테크사업부로 확대했고, 국민은행은 빅데이터 전담 부서 신설을 검토 중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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