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어떤 인물인가

'복음주의 기독교' 믿는 공화당 정통보수

2017-04-18 10:32:46 게재

워싱턴 정가 신뢰받아

'수정헌법 25조'의 대안

마이크 펜스(57) 미국 부통령은 워싱턴 정가의 아웃사이더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정통보수 성향의 공화당 주류 인사다.
암참 행사 참석한 펜스 부통령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환영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펜스 부통령의 출생지는 인디애나주 콜럼버스다. 그의 부친 에드워드 펜스는 지역에서 주유소를 여러 개 운영했고, 한국전쟁에도 참전했다. 아일랜드 카톨릭계 이민자로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한 가정에서 자라난 펜스 부통령은 유년시절부터 청년기 초기까지만 해도 카톨릭 신자이자 민주당원이었다.

그는 1977년 콜럼버스 노스 고교를 졸업한 뒤 1981년 하노버 대학을 거쳐 1986년 인디애나 대학 로스쿨을 마쳤다. 고교생 시절이던 1976년 민주당 바솔로뮤 카운티 지역위원회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했고, 민주당 지미 카터와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이 맞붙은 1980년 대통령 선거에선 카터에게 표를 던졌다.

그는 자신이 정치 입문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마틴 루터 킹 목사 같은 인물들 때문이라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카터를 지지한 1980년 대선이 되레 그의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된다. 카톨릭 신자로 지내면서 '예수와 내가 직접 관계를 맺는다는 느낀 경험이 없다'는 고민을 했던 그는 대선 과정에서 레이건에게 마음이 끌렸고, 확고한 낙태 반대 입장을 고수한 공화당으로 마음이 쏠렸다. 결국 대학생 시절 그는 복음주의 기독교로 개종하고, 정치적 견해도 보수쪽으로 바뀌었다. 그는 훗날 "이런 변화는 내가 당시 동일시하기 시작한 '로널드 레이건의 상식적 보수주의 덕분"이라고 말했다.

펜스는 1988년과 1990년 공화당 소속으로 하원 의회 선거에 도전했지만 내리 실패한 뒤 1994~1999년 '마이크 펜스 쇼' 등 라디오, TV토크쇼를 진행하기도 있다.

그는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인디애나 6구역 공화당 하원의원을 지냈고, 2009~2011년 공화당 의원총회 의장 자리를 맡았다. 2012년 중간선거로 인디애나 주지사에 당선됐다.

펜스는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순서대로 말하면, 나는 기독교도, 보수주의자, 공화당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정치인이기 이전에 신앙인이란 신념이 드러난다.

그는 공화당 내 강경세력인 '티파티' 소속으로 보수주의 어젠다를 당당하게 옹호하지만,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정치적 반대자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태도를 지녀 워싱턴 정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는 첫 의회 진출에 성공하자마자 당 지도부의 노선에도 서슴지 않고 반대할 수 있는 소신파 정치인이란 점을 입증했다.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학습부진아' 정책에 반대했고, 이듬해 노인의료보험 적용을 받는 약품 확대 정책에도 반기를 들었다. 이로 인해 그는 '정치적 신념이 강한 인물'이란 명성을 쌓게 됐다.

공화당 내의 이런 탄탄한 입지로 인해 그는 지난 대선 시기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을 때 당 주류 인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는 의문부호 투성이인 트럼프와 공화당 정통보수 인사들을 연결하는 '핵심 고리'였고, 트럼프가 후보 시절은 물론 취임 뒤 좌충우돌 행보를 할 때마다 국내외 논란을 수습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워싱턴 정가에서 펜스 부통령의 존재감이 무게를 더해가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의 불안정성과 관련이 깊다. 트럼프가 보인 집권 초기 불안정성은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의 '탄핵 운동'을 불렀고, 미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최근 납세자의 날을 맞아 맥신 워터스 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 등이 다시 '트럼프 탄핵'을 거론하고 있고 온라인 탄핵청원에는 100만명이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4년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중도하차할 개연성이 있다는 대목인데, 공화당 주류 내부에서도 마찬가지 불안감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유고시 승계절차를 규정한 미국 수정헌법 제25조 4항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조문은 "부통령과 행정 각부 장관의 과반수가 상원 임시의장과 하원 의장에게 대통령이 업무수행에 부적합하다(inability)는 서면신청을 제출한 경우, 부통령이 즉시 대통령을 대리해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중도하차란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주류에게도 '마이크 펜스'란 워싱턴 주류 정치인의 존재가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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