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거래 예방, 내부통제 실행이 중요"

2017-04-20 10:17:38 게재

"구호·규정으로는 안돼 경영진 책임감 높여야"

상장사들의 불공정거래행위가 반복되는 것은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불공정거래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은 이미 갖춰져 있지만 최고 경영진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내부통제 실행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최승재 세종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상장기업 불공정거래 예방 및 내부통제체계 확립을 위한 세미나' 주제발표에서 "2015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시장질서교란행위를 금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징역 또는 벌금 등과 함께 과징금 부과라는 행정적 제재를 도입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발생한 한미약품 내부자 거래사건 등 불공정거래 사례는 끊임없이 반복 발생하고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개정된 시행령에 따르면 기업의 미공개 정보이용으로 인한 소위 '내부거래자'의 처벌대상이 기존 내부자와 준 내부자, 1차 정보수령자에서 미공개 정보를 직간접적으로 전달 받아 주식거래를 한 모든 사람들이 처벌대상이 됐다. 이전엔 1차 수령자를 주로 처벌 대상으로 삼았지만 2차 이후 다차 수령자도 정보이용행위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법적 책임을 더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공정 거래 등 범죄건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공개정보이용이나 시세조정, 부정거래, 보고의무 위반 등 불공정거래 혐의가 적발돼 금융위원회나 검찰 등 유관기관에 통보한 사건 건수는 177건으로 2015년 130건보다 36.2%가 늘었다. 특히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행위는 2015년 48건에서 지난해엔 88건으로 83.3%나 증가했다.

최 교수는 불공정거래가 여전히 반복·증가하는 것은 내부통제체계 등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 관련자들의 실행의지, 실천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규정을 새로 제정한다고 불공정거래 방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내부통제체계 확립을 위한 핵심 요소들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상장사의 최고 경영진을 비롯한 임직원의 내부통제체계 구축 의지와 이를 실천하는 기업문화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상장기업 최고 경영진들과 준법시스템 관련자들의 낮은 내부통제 인식에 대한 지적도 했다. 그는 "법 준수 여부를 떠나 기업 최고경영층에는 불공정거래에 대한 내부통제 인식이 없다"며 "심지어 회계사나 변호사 또한 미공개정보 이용이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최 교수는 "불공정거래 예방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실행력, 경영진의 도덕성과 책임의식"이라며 "시스템 잘 만들어도 사람들이 어떻게 실행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박현출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컨설팅) 상무는 상장기업의 불공정거래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체계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거래소가 개발한 '상장기업 컴플라이언스 표준모델'과 해외거래소 등이 시행하고 있는 다양한 상장기업 불공정거래 예방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상장법인이 참여하는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불공정거래 예방을 위해서는 거래소의 역할을 발전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춘 거래소 상무는 패널 토론에서 "지난해 내부자거래 관련 불공정거래 혐의 건수가 88건으로 전체 혐의 건수의 약 50%를 차지하고 전년 대비 83% 급증하는 등 최근 들어 상장기업 임직원이 연루된 내부자거래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상장기업이 내부자거래 등 불공정거래를 예방하기 위한 내부통제체계를 자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거래소는 상장기업을 직접 방문해 내부통제체계 현황을 진단하고 상장기업의 내부통제 수준 등을 고려해 개선안을 제시하는 컴플라이언스 컨설팅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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