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시대정신 거스르는 기재부 인사

2025-12-23 13:00:01 게재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공무원 인사는 더 그렇다. 공직사회에 향후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기 때문이다.

6개월 전 이재명정부가 출범했다. 국민은 내란사태에 책임을 물었고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뒤 경제부처의 맏형인 기획재정부에서도 국장급 이상 고위급 인사가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인사결과가 정권교체 정신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윤석열정부에서 정치·지역적 배려 등 인사특혜를 받은 고위직 공무원들이 다시 승승장구하고 있어서다.

최근 핵심보직국장에 임명된 ㄱ국장 사례가 그렇다. 그는 윤석열정부가 출범하자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파견됐다. 검찰출신 이원모 인사비서관과 함께 근무하면서 공공기관·부처 파행인사의 실무자 역할을 했다. 이후 경제부총리 비서실장을 거쳐 곧바로 예산실 핵심국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정권교체 뒤 다른 예산실 국장 3명과 함께 대기발령을 받았다가 이번에 핵심보직 국장으로 복귀했다.

또 다른 핵심국장으로 임명된 ㄴ국장도 마찬가지다. 2023년 당시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부총리로 발탁되자 부총리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최 전 부총리는 그를 이례적으로 승진과 동시에 예산실 핵심국장으로 영전시켰다. 예산실은 국회소통·균형예산을 고려해 지역안배를 해왔는데, 그 관행까지 깼다. 그는 ㄱ국장과 마찬가지로 정권교체 뒤 대기발령을 받았다가 이번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실장급 인사에서도 비슷한 조짐이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초고속 승진했던 ㄷ실장은 곧 인사가 예정된 신설 실장 후보 1순위로 거론된다고 한다. ㄷ실장은 윤석열정부에서 실장급으로 승진한 뒤 2024년 대통령실 신설 비서관으로도 근무했다.

이들은 모두 윤석열정부에서 고속승진하며 최상목 전 부총리와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던 고위 공직자들이다. 심지어 현재 인사안을 짜는 실무책임자인 인사과장도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이들이 다른 경쟁자들을 제치고 핵심보직을 받자 기재부 직원들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인사경쟁에서 밀린 인사 중에는 윤석열정부에서 지역·정치성향을 이유로 차별받았던 이들도 있다. 기재부 안팎에서 “도대체 기재부 인사기준과 정책메시지가 무엇이냐”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퇴행적 인사의 발원지가 기재부 내부인지, 대통령실이나 정치권인지는 불분명하다. 물론 ‘적폐청산’식 잘못된 인사관행을 되풀이해서는 곤란하다. 더구나 이들도 공무원이었으니 당시 정부 정책을 따라 단순공무를 수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정부에서 인사혜택을 받았던 공직자를 또 중용하는 인사로는 공직사회도 시민사회도 설득하기 어렵다. 최소한의 균형인사, 상식이 통하는 인사가 절실한 시점이다.

성홍식 재정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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