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영암·광주남구 ‘편법’ 도 넘어

2025-12-22 13:00:01 게재

고향사랑기부 지나친 답례품 경쟁

앞자리 차지하려 매크로 사용 의심

행안부 공문 보내 말렸지만 안통해

22일 오전 7시 30분, 고향사랑e음 누리집 답례품 창 첫 화면에 전남 고흥군의 답례품 5개가 제일 앞에 올라와 있다. ‘1004명 경품 추첨’ 메시지도 표시돼 있다. 나머지 7개는 붉은색 이벤트 메시지를 앞세운 전남 영암군 답례품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고향사랑e음 답례품 안내 창은 한 화면에 모두 12개가 표시된다.

고향사랑e음 사이트에서 답례품을 소개하는 첫 화면에 전남 고흥군과 영암군이 등록한 답례품만 소개돼 있다. 신규 등록 순으로 노출되는데, 특정 지자체가 매일 새로운 답례품을 등록하는 편법을 쓰며 메인 화면을 점령하고 있다. 이 같은 일은 12월 내내 반복되고 있다. 사진 고향사랑e음 캡쳐

두번째 화면은 영암 1개와 고흥 1개가 차지하고 있고 세번째 화면은 고흥 5개, 영암 3개, 그리고 광주 남구가 4개다. 더 앞으로 가면 전남 여수시와 충남 금산군, 대구 중구 이름도 연속해 등록돼 있다.

이는 고향사랑e음의 답례품 순서를 정하는 방식 때문에 생긴 일이다. ‘신규 등록’이 순서를 정하는 유일한 기준이다 보니 이를 노리고 일부 지방정부들이 답례품을 반복해 올리는 편법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신규 등록 답례품은 시간 단위로 바뀐다. 오전 8시에는 고흥 답례품 2개가 새로 등록돼 영암을 두칸 밀어냈다. 이 같은 일은 연말이 다가오며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12월에는 특히 정도가 심해졌다. 새벽 시간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봐서 일부는 매크로(반복적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기능)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심까지 들게 한다.

이벤트성 답례품 증정도 도를 넘었다. 법이 정한 답례품 제공 범위는 기부액의 30%다. 10만원을 기부하면 3만원 상당의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기부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답례품 추가 제공, 추첨을 통한 경품 증정 같은 이벤트성 행사가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초기 관심을 끌기 위한 이벤트 수준을 넘어서 사실상 ‘추가 1만원’을 더해 ‘답례품 4만원’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행정안전부가 직접 나서 자제시켰지만 통하지 않는다. 행안부는 12월 들어 여러 차례 구두 경고를 했고 급기야 18일 공문까지 보냈지만 들은척도 하지 않는다. 행안부는 공문을 통해 ‘홍보를 위해 법령이 정한 범위를 넘어서는 답례품을 제공하거나, 이벤트성으로 답례품에 상응하는 물품 및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은 지양해 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또 ‘고향사랑e음에 답례품 정보를 중복해서 올리거나 답례품이 아닌 정보(이벤트 등)를 게시하는 행위를 유의해 달라’고도 했다.

일부 지방정부들의 편법에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다수 지방정부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무엇보다 실제 신규 등록하는 답례품의 노출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 이는 결국 기부자들의 답례품 선택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특히 기부가 집중되는 연말연시 고향사랑기부 시스템의 과부하로 인한 장애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 지방정부 관계자는 “자칫 지나친 경쟁이 고향사랑기부 제도를 뿌리째 흔드는 게 아닐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행안부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시스템 개선은 물론 별도의 행정 제재까지 검토하겠다는 생각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방정부 스스로 자정하도록 기회를 줬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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