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배출권거래제'에서 배운다

가격대신 배출권수량 기준으로 시장 안정화

2017-10-10 11:04:39 게재

EU, 2019년부터 MSR제도 시행 …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동기 극대화

'배출권거래제 정상화.' 문재인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목표다. 때마침 내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적용되는 배출권거래제 2기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1기가 배출권 거래제 안착을 위한 기간이라면, 2기는 본격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내야 하는 시기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2기 할당계획이 발표되지 않는 등 갈 길이 멀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EU)처럼 과다 축적된 잉여배출권 문제와 가격 하락 문제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제대로 제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편집자 주>

요스 델베키 EU집행위원회 기후변화총국장

"최근 EU-ETS(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의 배출권 가격은 톤당 약 7유로로 낮은 편입니다. 과잉공급으로 인한 가격 하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부터 MSR(Market Stability Reserve) 제도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5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난 요스 델베키(Jos Delbeke) EU집행위원회 기후변화총국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배출권거래제란 업체별로 배출 허용량을 할당해 그 범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도록 하되, 여분이나 부족분은 다른 업체와 거래할 수 있도록 해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제도다. EU는 2005년에, 우리나라는 2015년에 각각 도입했다. MSR은 가격이 아닌 미리 설정한 잉여량 기준에 도달할 경우 자동적으로 배출권 공급을 유보하거나 저장하는 제도다. 우리나라가 EU처럼 배출권 가격 폭락을 겪지는 않았지만 EU의 MSR시행 사례를 통해 어느 정도의 배출권 공급잉여량이 적정 수준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GDP 50% 성장, 탄소배출 24% 감소 = EU-ETS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 일정부분 기여를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2014년 EU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보다 약 24%(국제 항공 운송 제외) 줄었다. 2009년 EU는 '2020 기후 에너지 패키지'를 채택하면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사진 김아영 기자

게다가 배출권거래제 도입시 국가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우려에도 불구, 1인당 소득이나 국내총생산(GDP)은 증가해 온실가스 감축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EEA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5년까지 EU의 GDP는 50%정도 성장한 반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24%정도 줄었다. 또한 EEA '1990~2012 유럽'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2년까지 인구는 3100만명, 1인당 소득은 36% 증가했다. 1인당 배출량도 1990년 12톤에서 2012년 9톤으로 25% 줄었고, 온실가스 집약도(GDP 대비 배출량)도 22년간 4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출권거래제 도입 전 EU에 팽배했던 '탄소누출' 우려 역시 발생하지 않았다. 탄소누출이란 EU에서 배출권거래제가 시작되기 전 철강 산업을 중심으로 사업장을 해외로 이전하겠다는 움직임을 말한다. 2013년 EU집행위원회(EC)는 "2005부터 2012년까지 탄소누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탄소누출이 일어났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며 "배출권거래로 반영된 탄소가격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볼만한 사례도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과다 축적된 잉여배출권이 문제 =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EU-ETS에도 문제는 있다. 바로 과다 축적된 잉여배출권 문제다. 과다 할당, 과소 할당 논쟁이 끊이지 않는 우리가 EU의 사례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어느 정도의 배출권 공급잉여량이 적정 수준인지 가늠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EU의 배출권가격은 2006년 3~4월 톤당 30유로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불과 1달 만에 톤당 10유로 수준으로 폭락했다. 배출권 거래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나 기업들의 배출권 제출이 이뤄지면서, 할당량이 부족하다는 업계들의 주장과 달리 과잉할당 됐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EU는 기업들이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1차 계획기간(2005~2007년) 배출권 할당량을 책정했는데, 도입 첫 해인 2005년에만 실제 배출량보다 약 1억톤의 배출권이 많이 공급되는 결과를 낳았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당연히 배출권 가격도 폭락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톤당 가격이 7유로 수준이다.

이에 EU는 온실가스배출권 거래가격을 높이기 위해 2019년부터 MSR을 시행한다. MSR은 가격이 아닌 미리 설정한 잉여량 기준에 도달할 경우 자동적으로 배출권 공급을 유보하거나 저장하는 제도다. 또한 배출권 수요가 급증할 경우 저장한 배출권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총 유통 배출권 수량'의 12%(8억3300만톤)가 1억톤을 초과하면, 1억톤을 기업들에 할당하지 않고 MSR에 보관한다. 총 유통 배출권 수량이 4억톤 이하로 떨어지거나 일정가격 이상으로 오를 경우에는 1억톤을 다시 시장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EU는 이 제도를 통해 배출권 가격을 정상화하고,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동기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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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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