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미래' 기대감, 40대(여성)보다 20대가 낮아

2018-02-23 10:40:32 게재

"20대 남성, 아버지세대와 성역할 고정 관념 비슷해"

'82년생 김지영'은 여전히 암울했다.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전반으로 번지고 있지만 20~30대 여성의 성평등한 미래 사회에 대한 기대감은 40대 중년 여성보다 낮았다. 반면 20대 남성들의 성평등 인식은 달랐다. 20대 남성의 성역할 고정관념 정도가 30~40대보다는 오히려 아버지 세대 격인 50대 남성과 비슷했다. 나이가 많을수록 성역할 고정관념이 강하다는 사회적 통념과 전혀 다른 결과다.

23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젠더리뷰에 실린 보고서 '82년생 김지영의 '그'는 성평등할까?'에 따르면 10년 뒤 얼마나 성평등한 사회가 될 것인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20대 여성은 34.7%가 '평등하지 않을 것'(전혀 평등해지지 않을 것+대체로 평등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40대 여성의 17.3%보다 약 2배 높은 수치다.

30대 여성 역시 10년 뒤 미래 사회의 성평등 전망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31.2%가 미래 사회가 성평등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60대는 19.1%에 불과했다. 이 통계는 대전세종연구원의 '성차별 경험과 성평등 현황 및 전망'과 관련해 대전 시민 1593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6월 실시한 조사 결과다. 이들 조사 대상 중 18.8%가 20대다.

주혜진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일간베스트저장소 등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이 쏟아지면서 청년 남성들의 성평등 인식에 대해서도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다"면서도 "2012년 대전시민 7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평등 인식 및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령효과(나이가 많아질수록 사회적 가치관이 보수화되는 현상)와 반대되는, 젊다고 해서 성평등 인식이 꼭 강하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성역할 고정관념에 대해 남녀의 연령별 생각 차이가 확연했다.

성역할 고정관념에 대한 동의 정도가 여성의 경우 20대 3.567점(10점 척도, 숫자가 높아질수록 동의 정도가 커짐), 30대 3.816점, 40대 4.485점, 50대 5.151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인 연령효과를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 30대 5.217점, 40대 5.423점, 20대 5.571점, 50대 6.136점 등이다. 전반적으로 성역할 고정관념에 대한 동의 정도가 여성보다 높았지만 연령이 증가할수록 고정관념이 높아지지는 않았다. 30대, 40대 그리고 50대는 동의 정도가 연령증가에 따라 강해지지만 20대 남성은 이러한 경향과 이례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주 책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남성을 아는 것(알려고 노력하는 것)도 여성을 알고 이해하는 것만큼이나 성평등 실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왜 청년 남성들이 불평등한 젠더관계 구조를 고착화하는 생각에 더 강하게 동조하는지 다양한 각도와 방법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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