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중구 '강북 속 강남' 탈피
내부분열 조기 수습 … 민주당 이탈표 막아
부시장 출신 현역구청장 맞설 인물 내세워
서울 강북지역이면서 보수정당이 집권, '강북 속 강남'으로 불리던 중구와 중랑구가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단체장을 교체했다. 중구는 7년, 중랑구는 16년만이다. 서울시 부시장 이력에 현역 프리미엄을 더한 자유한국당 후보에 맞설 인물을 전략적으로 앞세운데다 내부 분열을 빠르게 수습, 이탈표를 막았다. 중앙정부-서울시-자치구 '원팀'을 외치며 지역을 챙긴 박원순 시장 지원사격도 큰 표차 승부에 역할을 한 것을 보인다.
중구청장 선거는 막판까지 한국당이 우세한 흐름이었다. 현직 구청장과 전직 구청장이 출마해 3파전이 펼쳐진데다 민주당은 전략공천에 대한 예비후보들 반발이 선거 시작 직전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역에서는 특히 정동일 전 구청장이 민주평화당으로 출마, 최창식 한국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었다. 호남 출신 정 전 구청장이 호남표를 공략해 민주당 표를 분산시킬 것이라는 계산이다. 정 후보는 41년간 중구에 살면서 구의원과 시의원 구청장까지 역임, 탄탄한 지역 기반을 자랑하고 있기도 했다. 지역 관계자는 "정 후보가 2006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선돼 보수표를 일부 가져갈 수 있겠지만 호남 출신 단체장·공무원 등과 친분이 두터워 민주당 이탈표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고 전했다.
3파전에 더해 한국당 우세를 점쳤던 또다른 요인은 공천 반발에 따른 내부분열이었다. 민주당 후보를 노리던 예비후보 9명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화대 행정관을 역임한 서양호 서울시교육청 교육자치특별보좌관을 전략공천해 나머지 후보들이 법정다툼까지 예고할 정도로 반발이 거셌다. 상대 예비후보들은 "2011년 관악구청장 경선에서 떨어진 후보에게 공천을 주고 2014년에는 중랑구청장을 준비하던 사람을 공천해 패배했다"며 중앙당과 서울시당에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지난 2014년 지방선거만 해도 민주당 표가 분산되면서 최창식 구청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에 반발한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직전에 새정치를 탈당한 후보 역시 무소속으로 출마, 4자 대결이 펼쳐졌다. 최 구청장은 3만1908표를 얻어 2만7555표를 얻은 상대 후보를 제쳤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두 후보가 각각 2049표와 2689표를 가져간 효과다.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최 후보보다 4000표 가량 많은 3만5662표(55.30%)를 얻어 정몽준 후보를 따돌렸다.
개표 결과는 그간 전망과는 정 반대였다. 서양호 후보가 3만3479표(51.36%)를 얻어 2만2916표(35.15%)를 얻은 최창식 현 구청장을 압도했다. 정동일 후보가 가져간 표는 8788표(13.48%)에 그쳤다. 민주당 표가 서 후보측에 쏠린 셈이다. 지역에서는 '될 사람을 밀어야 한다'는 설득이 통했다고 분석한다. 서양호 당선인측 관계자는 "지역에 기반이 있는 인사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지지를 이끌어냈다"며 "선거 막판에는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오세훈-박원순의 부시장들이 맞대결을 펼친 중랑구청장 선거는 본선보다 예선이 관건이었다. 한국당은 나진구 현 구청장을 일찌감치 단독 후보로 낙점한 반면 민주당은 류경기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 전략공천에 반발한 예비후보가 자해소동까지 벌였다. 새정치 공천에 반발한 예비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표를 갈랐던 2014년 선거가 되풀이되는 양상이었다. 당시 나진구 새누리당 후보는 8만8990표를 얻어 8만5221표를 얻은 김근종 새정치 후보에 신승을 거뒀다. 당을 뛰쳐나간 무소속 후보가 얻은 8802표를 더하면 사실상 새정치가 승리한 선거였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10만4905(55.96%)표로 8만700표((43.05%)를 얻은 정몽준 후보를 크게 따돌렸다,
이번 선거에서는 류경기 후보가 12만1019표(61.86%)를 얻어 압승했다. 나진구 후보가 얻은 표는 7만4596표(38.13%). 지난 지방선거때 자신은 물론 정몽준 후보가 얻은 표에도 미치지 못했다. 류 당선인은 가장 큰 공을 성백진 전 예비후보에 돌렸다. 그는 "선거과정에서 내 일처럼 모든 분들이 마음을 함께 모아 노력한 결과"라면서 '특히 공천과정에서 본인의 아픔을 뒤로하고 노력해주신 성백진 전 후보'를 꼽았다. 성 전 후보는 본 선거 후보등록을 열흘가량 앞두고 류 후보 지지선언을 한 뒤 선거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중구와 중랑구는 특히 민주당에서도 전략지역으로 꼽고 화력을 집중했다. 박원순 시장이 예비후보 등록을 한 직후 두 지역을 우선 찾아 서울시장과 소속 정당이 다른 구청장이 지역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며 '문재인정부-박원순 서울시'로 이어지는 민주당 구청장을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첫 유세를 중랑에서 시작하는 등 공세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