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숲길공원, 역사·문화 품은 치유공간으로
노원구 근대유산 옛 화랑대역사에 전시관
영축산 무장애길·둘레산천길 잇는 새명소
"지난달 말 가을 열린음악회에 노원구는 물론 인근 지자체에서도 찾아와 3000명 넘게 몰렸어요. 특히 공릉동 주민들은 '이 동네에 사는 게 자랑스럽다'고 아직도 얘기하세요."
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은 "당초 지역 정치권에서는 일회성 행사라고 비판도 했는데 주민들 반응을 보고는 달라졌다"고 말했다.
서울의 끝자락 노원구 가운데서도 중계동이나 상계동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으로 꼽히던 공릉동 일대가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2013년부터 도시재생 형태로 폐 경춘선 철길을 숲길공원으로, 서울시내 마지막 간이역인 옛 화랑대역 일대를 철도공원으로 꾸민데 이어 최근에는 화랑대역사에 전시관을 조성해 주민들에 개방했다.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둘레산천길에 곧 모습을 드러낼 영축산 무장애길을 잇는 역사·문화·치유공간인 셈이다.
경춘선숲길은 경춘선 복선화 이후 방치돼있던 옛 철길을 그대로 활용해 숲공원을 조성한 만큼 철로를 품은 고즈넉한 산책길이 눈길을 끈다. 공릉동 29-51번지 일원 3단계 구간에는 특히 철도공원이 조성돼있다. 노원구는 지난해부터 기차가 끊긴 철로에 추억을 더할 수 있는 근대 기차를 옮겨오고 있다.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 있던 1950년대 증기기관차와 협궤열차를 시작으로 체코 노면전차와 고종황제를 위해 제작했다는 국내 첫 노면전차 모형이 이사를 왔다. 일본에서 무상 기증한 히로시마 노면전차에 경기도 수원-여주를 오가던 수여선 기차도 정취를 뽐낸다.
2006년 등록문화재 300호로 지정된 옛 화랑대역은 역사전시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경사가 급하면서도 좌우 길이가 다른 '박공지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상량문까지 남긴 상태로 천정을 꾸몄다. 157.85㎡ 실내공간은 '시간을 잇는 경춘선'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 '온기를 나누는 역무실' '경춘선, 창 밖의 풍경' 4개 주제로 나눴다. 경춘선 연혁과 시내별 노선과 기차, 화랑대역 발자취를 비롯해 인근 숲길공원과 태강릉 등 역사문화자원 정보가 우선. 기존 역무실을 재현하고 마지막 역장 제복에 승차권함, 창밖 풍경이 언뜻 보이는 경춘선 열차 내부까지 추억과 낭만이 가득하다. 기차를 비롯해 각 소품은 국내외 관련 기관과 '덕후(마니아)'들을 일일이 찾아 설득한 결과물이다.
노원구는 여기에 일본 나가사키 노면전차와 새마을호 기관차·객차, 무궁화호 객차 등을 추가할 계획이다.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책열차, 모형기차가 음료 등을 배달하는 카페, 꽃과 야간 조명이 어우러진 정원도 구상 중이다. 박홍성 구 문화관광팀장은 "철도공원 내부는 경춘선 역사를, 외부는 세계·한국·서울 기차와 함께 미래 기차를 보여주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연간 200만명이 찾는 수락산 불암산에 태강릉과 육사 태릉선수촌 중랑·당현천 등 주변 자원과 어우러진 상승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경춘선숲길을 연계한 자연·문화 자원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원둘레산천길을 조성, 가능성을 키워왔다. 천상병 시인을 기리는 공원을 시작으로 수락·불암산을 잇는 치유숲길, 태강릉과 육사 경춘선숲길을 잇는 시간여행길, 묵동천에서 당현천 노원에코센터로 이어지는 에코둘레길, 중랑천을 따라 수락문으로 이어지는 생태둘레길 총 27.9㎞ 도보 여행길이다. 104마을 골목여행, 공릉동 꿈마을 여행, 초안산 아기소망길은 마을 주민들이 이야기를 찾아내고 길잡이 역할도 한다.
민선 7기에는 영축산 무장애숲길 5.2㎞, 불암산 무장애숲길을 연장하고 철쭉동산 산림치유센터 등 추가한 힐링 복합단지를 조성해 그 가치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화랑대 철도공원은 가수 황치열이 영상에 담고 방탄소년단이 인증샷을 남기면서 벌써 입소문이 났다. 도심 숲속에서 국내 정상급 대중가수 공연을 즐기도록 준비했던 지난 가을음악회는 주민들이 지역 가능성을 공유한 자리였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자연·문화가 살아있는 경춘선숲길공원은 도시가치를 높이는 힐링공간"이라며 "화랑대역사 전시관과 철도공원이 추억과 낭만 가득한 여가·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