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제적 재앙 막는 백신이자 전략적 자산, 재생에너지
최근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가자지구 분쟁과는 차원이 다른 충격을 우리 경제에 던지고 있다. 주가는 요동치고, 급등하는 기름값에 30년 만에‘석유 최고가격제’가 부활했다. 정부는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공조해 사상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에 나섰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응급처치일 뿐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정말 두려운 것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공포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1970년대 석유 파동 당시의 고물가·저성장의 늪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팬데믹 이후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에너지발(發) 비용 상승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속절없이 갉아먹을 것이다.
물론 과거의 경험상 언젠가는 현재의 상황이 해소되고 국제유가 또한 정상화될 것이다. 그러나 그 폭풍우가 지나가는 동안 우리 국민과 기업이 감내해야 할 비용은 너무나 가혹하다. 이제는 유가가 내려가기만을 기다리는 수동적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가의 급변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에너지 구조를 만드는‘에너지 안보’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절실한 시점이다.
‘에너지 안보’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 시점
우리의 에너지 수급 구조는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도 매우 취약하다. 2025년 기준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3.9%에 달하며, 원유의 중동 의존도는 69.1%나 된다. 1차 에너지 공급원 중 석유, 가스, 유연탄, 우라늄은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반면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국산 에너지는 비중 1% 남짓한 무연탄과 6%대에 불과한 재생에너지가 전부인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크다. 우리는 1979년 제2차 석유파동 직후인 1981년 동력자원부에 대체에너지과를 신설하고, 1987년 대체에너지개발촉진법을 제정하며 일찍이 국산 에너지인 재생에너지 개발과 보급의 돛을 힘차게 올렸다. 그러나 지난 40여 년간 재생에너지는 정권의 성향과 유가 변화에 따라 ‘냉온탕’을 오갔고, 그 사이 에너지 자립의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흘러가 버렸다. 위기는 역설적으로 기회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에너지 안보 즉 국내에서 생산되는 국산 에너지 확대를 국가 최우선 과제로 재설정해야 한다. 기존의 에너지 수급구조를 단번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국민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순수 국산 에너지원인 재생에너지로의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전환이 사실상 유일한 탈출구다.
정부는 2025년 말 기준 약 37GW 규모인 재생에너지 설비를 2030년 100GW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행정·재정적 지원은 물론, 인허가 과정의 낡고 불합리한 규제를 단칼에 베어내는 결단이 필요하다. 기술개발과 투자를 통해 충분히 극복 가능한 변동성 문제나 근거 빈약한 반대 여론에 부딪혀 우물쭈물해서는 안된다. 지금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담대한 결단과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에너지 자립국' 도약의 변곡점 돼야
1970년대의 석유 파동은 고통스러웠으나 역설적으로 우리 산업 구조를 고도화시킨 동력이 되었다. 2026년의 호르무즈 위기 역시 대한민국이 ‘에너지 종속국’에서 벗어나 ‘에너지 자립국’으로 도약하는 역사적 변곡점이 되어야 한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지정학적 위기와 유가 급변동이라는 경제적 재앙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백신이자 핵심 전략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