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위협받는 전문직…일본서 주목받는 직업학교
기계와 전기·전자, 화학 등 현장 중심 교육이 강점
졸업생 1명 두고 15개 기업이 서로 데려가려 경쟁
인공지능(AI)이 산업현장과 사회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직업 세계도 바뀌고 있다. 회계사와 변호사 등 이른바 전문직 종사자의 일자리를 AI가 대체하는 흐름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고등전문학교 졸업생을 서로 데려가려고 경쟁하고 있다. 학교에서 일찍부터 갈고 닦은 현장형 실습위주 학습으로 어느 분야든 즉시 투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최신호에서 ‘AI시대, 지금이야말로 고등전문학교(高專)’라는 주제로 이들이 주목받고 있는 실태와 배경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졸업 예정 대학생에 대한 유효구인배율이 1.66배인데 반해, 고전 출신 졸업생은 20배에 달한다. 졸업생 1명을 대상으로 몇개의 일자리가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산업계가 고전 출신 졸업자에게 보내는 관심이 뜨거운 이유는 준비된 실천적 기술력과 높은 주체성 때문”이라며 “AI와 반도체 등 다카이치 정권이 내건 국가전략산업 17개 분야와 바로 연결되는 교육이 이들 학교의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고전은 일본이 고도경제성장 초입기인 1961년 설립됐다. 전후 폐허 위에서 빠르게 경제 성장을 추구하던 일본 기업들은 현장에 바로 투입이 가능한 젊은 인력이 필요했다. 특히 당시 일본 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던 기계와 화학, 전기 및 전자 등의 분야에서 부족한 기술자를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실제로 이들 학교의 교과과정은 철저히 실험과 실습을 위주로 하면서 기업과 공동연구 작업도 벌인다. 특히 각 분야에서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래밍에 대한 교육과 실습을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기계를 전문으로 하는 학생은 컴퓨터를 활용한 CAD설계와 로봇 등을 다루고, 전기계열은 회로설계를 직접 수행하면서 현장 전문성을 키운다.
특히 최근에는 전통적인 제조분야 기술력에 AI를 접목하는 ‘심층학습’이 주목받는다. 이러한 학습의 결과물로 전국의 고전 학생들이 아이디어 경합을 벌이는 ‘고전DCON’이 각광 받고 있다. 7회째를 맞는 올해는 5월 초 도쿄 시부야에서 본선이 예정돼 있는데 모두 40개 팀이 출전해 119개 작품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
도쿠시마현에 있는 가미야마마루고토 고등전문학교 3학년을 중심으로 출전한 팀은 AI를 활용해 노인들에 대한 요양업무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놨다. 마쓰오 유타카 도쿄대학 교수는 “산업 및 요양 등의 현장에서 AI를 그때 그때 응용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고등전문학교는 실천을 통해 손을 움직여 기술을 자신의 몸에 체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AI시대에 적합한 교육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AI가 진화하면서 피지컬AI 시대가 되면 이들 학교에서 실천을 통해 단련된 졸업생들의 강점이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쓰오 교수는 “많은 고전이 주력하는 ‘로봇콘테스트’에는 놀라울 정도의 창조성이 있다”며 “15세 때부터 단계적으로 실습과 실천으로 무장한 집단으로서 이들 학교의 교육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일본의 성장을 담당하는 첨단산업의 중핵적인 인재를 배출하는 교육기관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도 “고전 출신은 초임 급여와 승진 기회 등에서 여전히 대졸자와 격차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의 고등전문학교는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 고등학교 과정부터 5년간의 본과와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2년제 전문과가 운영되고 있다. 본과 5학년을 졸업하면 일반 대학교 3학년으로 편입도 가능하다. 전문과 2년을 마치면 대학원 석사과정으로 진학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고등전문학교는 공업고등학교나 전문학교와는 다른 일본의 독특한 학제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국립학교 51개를 비롯해 58개교가 운영되고 있고, 3개 학교가 신설을 예정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약 5만6000명의 학생이 재학중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