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신중해야 할 추경예산 편성

2026-03-17 13:00:01 게재

이재명정부가 또다시 추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석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 호르무즈 해협 안쪽의 석유와 액화천연가스는 이란의 봉쇄로 말미암아 사실상 갇힌 것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든다. 이미 ‘환율 폭탄’에 시달리고 있던 영세 사업자들과 저소득층의 생활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를테면 자동차 한 대를 기반으로 사업을 벌이며 생계를 꾸려가는 소상공인의 경우 현재 견디기 어려운 곤경에 직면해 있다.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이나 여행업을 비롯한 국내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미국 전쟁 발발 후 위기 상황에 몰린 우리 경제 사정을 볼 때 이재명정부의 추경 편성 방침은 어느 정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이 대통령이 신속한 편성을 주문한 것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게 사실이다.

20조원 추경 카드, 임기 말엔 재정지출 1000조원 넘을 수도

추경 예산의 규모는 약 20조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책정된 예산과 합산하면 올해 재정지출은 800조원을 웃돌 수도 있다. 이런 추세대로 간다면 임기 말에는 10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경제 안정 기조가 흔들리지 않을까 염려된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환율의 움직임이다. 올 연초까지 불안하던 원달러환율은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발발 직전 1420원대로 내려가는 등 비교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며 환율이 다시 극심하게 불안해졌다. 심리적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달러당 1500원도 수시로 넘나들고 있다. 지난주 야간시장에서 몇 차례 1500원을 넘어섰던 것이다. 전쟁이 길어지면 결국 1500원 선도 돌파당할 것이라는 우려를 품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원화의 가치가 몹시 흔들리는 모양새다. 갈수록 ‘위험 자산’으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사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후에도 원화가치 안정을 위해 한 일이 별로 없다. 지난해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환율 불안의 큰 요인이 되기는 했지만 그것은 단지 촉매였을 뿐이다. 정부의 경제정책 자체가 원화가치의 안정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취임 이후 처음 내놓은 13조원의 민생지원금 지급과 이를 위한 추경 편성, 이어 올해 예산을 지난해보다 대폭 늘려 짠 것 모두가 원화가치에는 악재로 작용했다고 여겨진다.

미국의 금리에 비해 현저히 낮은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원화가치 안정을 원천적으로 저해하는 가운데 잇따른 재정확대 정책은 불안을 가중시켰다. 한국은행 최근 통계에 따르면 시중 통화량도 최근 3개월 동안 계속 늘어났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감축 움직임 등 일부 미시적인 정책들은 있었으나,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풍 앞에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말았다. 그렇기에 거시경제를 이끌어가는 당국자들이 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역량과 소양을 갖췄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이나 인공지능(AI) 시대를 겨냥한 산업 정책 등 실물 경제에서 일부 성과와 의욕을 보이기는 했으나, 전반적인 안정화 능력에는 의문이 커진다.

추경 서두르기보다 환율 안정책이 급선무

그러므로 정부는 이제라도 다시 심각하게 고심해봐야 한다. 이번 추경 예산이 집행되면 과연 환율 안정에 유익한지 진지하게 평가해야 한다. 지난해에도 민생지원금이 일부 도움이 된 듯했지만 환율상승으로 그 효과가 상쇄된 전례가 있다. 게다가 하반기에 추경을 또 편성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불어닥치는 풍파가 매우 거센 것은 사실이며, 이를 이겨내기 위해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하다. 그러나 환율 안정에 자신 없다면 추경 편성 말고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에게 보낸 답변을 통해 지난해보다 추경 편성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가 굳이 편성을 강행하겠다면 환율불안을 심화시키지 않는 수준으로 규모를 억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감당하기 힘든 부작용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차기태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