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사건, 왜 이재용 경영권 승계의혹으로 불거졌나

2018-11-23 12:20:58 게재

삼성물산 합병비율 관련 삼성바이오 가치산정 중요

가치평가 높게 받을수록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

삼바 특혜상장 의혹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은 단순히 회사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번지면서 파장이 커졌다.

삼성 내부 문건을 공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선위의 고의 분식회계 결정이 나오고 다음날인 15일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삼성바이오의 고의분식회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문제이며, 결국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직결된 문제임을 낱낱이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도 "삼바 분식회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공정하게 진행된 제일모직-(구)삼성물산 합병을 합리화하기 위해 진행되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승계 과정 전반과 합병의 적절성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이 왜 삼성물산의 합병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로 이어지는 것일까.

경영권 승계의혹이 나온 이유는 삼성물산의 합병이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확 끌어올린 사건이기 때문이다. 2015년 9월 이전까지 이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했다. (도표1 참고) 하지만 합병이 끝난 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지분은 11.84%로 급증했다.



이같은 지분구조가 가능했던 것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에 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9월 이전에 삼성물산(구)의 지분은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제일모직 주식은 23.24%를 보유했다. 당시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4.06% 보유했고 삼성생명 지분을 19.34%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7.21% 갖고 있었다. 따라서 삼성물산을 지배하면 단숨에 삼성전자 지분 11.27%의 의결권을 추가로 확보하는 셈이 된다. (도표2 참고)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주식이 한주도 없었는데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 합병을 하면서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16.40% 보유한 대주주가 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가 등장한다. 삼성바이오는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다.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제일모직의 가치가 달라지고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에 변화가 생긴다.

당시 제일모직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 가치에 대해 안진 회계법인은 8조9360억원, 삼정회계법인은 8조5640억원으로 평가했다. 삼정회계법인은 6개 증권사의 리포트 자료를 평균한 값 5조5920억원에 제일모직 바이오부문 평가결과인 2조9723억원을 더해 삼바의 가치를 평가했다.

이같은 평가결과 등을 토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은 0.35:1로 결정됐다. 제일모직 1주가 삼성물산 3주가 되는 것으로 가장 큰 수혜자는 이 부회장이다. 반면 삼성물산 주주들의 경우 회사에 대한 심각한 저평가로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삼성바이오의 평가가 뻥튀기 됐다는 의혹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삼성물산 통합 당시 의혹으로만 제기됐던 사안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에서 보다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면서 크게 불거졌다.

삼성의 내부문건에는 2015년 8월 '물산 TF 송도 방문의 건'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삼성물산 통합을 위한 TF가 삼성바이오를 방문했다는 내용이다. 문건에는 '(삼성물산) 합병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적정한 기업가치 평가를 위한 안진회계법인과의 인터뷰 진행, 자체 평가액(3조원)과 시장평가액(평균 8조원 이상)의 괴리에 따른 시장영향(합병비율의 적정성, 주가하락시)의 발생 예방을 위한 세부 인터뷰 진행' 등이 적시돼 있다. 또한 삼성바이오의 콜옵션 부채를 반영하면 기업가치가 하락하는데 이를 상쇄하기 위해 할인율을 조정해서 평가액을 유지하겠다는 내용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통합 삼성물산은 합병시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목표수준인 6조9000억원에 맞췄다"며 "그러한 평가결과를 목표로 했던 이유는 통합 전 삼성물산을 헐값에 합병했다는 흔적을 적절히 숨기고 싶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수사와 감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가 단순히 회사의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후적으로 삼성물산 통합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했다는 게 시민단체들이 제기하는 의혹이다.

이와함께 2016년 삼성바이오가 한국거래소에 상장한 것 역시 특혜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015년 7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안에 찬성표를 던진 핵심 근거가 바로 '삼성바이오의 성장성'이었다"며 "삼성바이오의 성장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삼성바이오의 특혜상장과 분식회계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2015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뤄지고 삼성바이오는 그 다음해 코스피에 상장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발표된 2015년 7월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방안'을 추진했다. 4개월 후 한국거래소는 코스피시장이 다양한 경영성과 수용을 통한 상장기회를 확대한다며 이익 또는 매출은 미흡하지만 미래 기대차기가 큰 우량기업의 상장을 수용한다는 것이었다. 2011년 설립 이후 4년간 적자였던 삼성바이오에게 상장의 발판을 마련해 준 것이다.

삼성바이오 특혜상장 의혹에 대해 금융위와 거래소는 "특혜를 준 것이 아니라 기업공개(IPO)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유치활동이었다"며 "거래소가 삼성바이오를 여러 차례 방문해 상장을 권유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삼성의 내부문건에는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하지 않을 경우 자본잠식과 함께 '상장불가'라는 내용이 나온다는 점에서 삼성바이오는 이미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의혹이 곧바로 특혜상장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모종의 공모가 있었는지 여부는 이번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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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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