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초딩생활' 비법 들어보실래요?
서초구 아동·청소년 팟캐스트로 소통
학업·이성문제 상담 … 갈등해소 창구
"학교 뒤에 산이 있어요. 조금만 걸으면 서리풀공원이 나오고 서래마을로 이어져요." "저희 학교는 탁구부가 유명해요. 이번에는 서울시 1위, 전국 2위 성적을 낼 정도로 매우 열심히 잘 하고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 초등학생들이 인터넷망을 활용한 방송 팟캐스트로 또래는 물론 부모 이웃과 소통에 나서 눈길을 끈다. 지난달 말 '슬기로운 초딩 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첫 선을 보였다. 급식부터 담임선생님, 교내 새 단장 등 아이들 눈으로 바라본 학교 이야기가 8분여짜리 방송에 담겼다.
'슬기로운 초딩 생활'은 서초구가 방배동 구립 유스센터 내에 지난달 개국한 '통통팟' 방송국에서 선보이는 10여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구는 청소년부터 학부모까지 다양한 세대가 소통하면서 갈등과 어려움을 해소하자는 취지로 전용 공간을 마련했다. 초등부를 비롯해 중등부 고등부 성인부 자원봉사자 50여명이 직접 기획과 운영을 맡아 자신과 이웃 소식을 들려준다. '튀는 아이디어, 소통하는 매개체'라는 뜻에서 '통통팟'으로 이름붙였다.
5평 규모 방송국은 라디오 녹음을 위한 음향시설과 영상 제작용 카메라를 갖춘 팟캐스트 전용공간. 울산 MBC에서 10여년 진행(MC)을 해온 김지나 특화사업 담당이 발성부터 원고 작성, 기계 사용법 등을 도와준다. 이재숙 방배유스센터 특화사업팀장은 "다른 지자체도 주민이 제작하는 마을방송을 하고 있지만 사전 교육만 하는 반면 통통팟은 전문가를 별도 채용해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는 과정에서 응용하도록 지원한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한예원(방일초 6)·송재현(방현초 6) 학생이 속한 초등부는 모두 9명. 성우·아나운서를 꿈꾸거나 학교 방송국 혹은 직업체험 참여 등 다양한 경험을 한 2~6학년 학생들이 모였다. 기 란(서일초 6) 학생은 "성우가 꿈인데 목소리로 일하는 사람이라 라디오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지원했다"며 "대본쓰기나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중학생 10명과 고등학생 9명까지 아이들이 전하는 소식은 남다르다. 학업·이성문제 고민을 해결한 청소년이 출연해 또래 친구들과 비법을 공유하는 '우리끼리 공감백배', 10대 청소년들이 즐길만한 곳이나 먹거리 등을 소개하는 '10대들의 놀이터 틴플(Teenple)', 청소년들 고민을 사연으로 받아 같이 해법을 찾는 '소소한 일탈' 등이다. 김지나 담당은 "진로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프로그램도 청소년들이 직접 취재하거나 전문가를 초빙하는 형태로 진행하는데 질문부터 다르다"며 "전용 시설이 갖춰진 공간에서 활동하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고 숨은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이라 생산 능력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정보를 분석·평가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도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초구는 지역 중·고등학교 방송시간을 통통팟과 연계해 또래문화를 공유하고 청소년들이 진로와 연계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내년부터는 정규 자원봉사자 외에 체험시간을 별도로 마련, 참여 청소년 숫자를 대폭 확대하고 유튜브를 활용한 1인 미디어 과정도 계획 중이다. 이재숙 팀장은 "청소년들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의외로 없다"며 "팟캐스트 제작을 계기로 관심사가 비슷한 청소년들이 연계망을 활성화하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통통팟 외에도 아동청소년 심리정서지원을 위해 '마음충전 상담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지역 곳곳을 누비며 청소년과 학부모 정신건강을 챙기고 미디어 중독 예방 등 다양한 과정을 지원한다. 청소년 치유공간 '마음충전 카페'와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는 학업과 이성문제 진로 가족갈등 등을 다룬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하고 꿈에 도전할 수 있도록 그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정책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