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교사-대학입학사정관, 원탁회의│⑥ 교사, 선발 기준 객관성·투명성 주문
"두시간 만에 대학 결정? 선발기준 전문성 강화해야"
입사관들, 고교 찾아가지 않고 원론적 지적만 … 3년간의 학생 성장·활동, 가능성까지 봐야
대한민국 교육은 '대학입시중심교육'과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인재양성'이라는 갈등 구조를 안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현장교사들의 한숨은 깊어진다. 입시 신뢰구축을 위한 기록,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려는 교사와 입학사정관들이 만나는 소통의 장(場)을 만들었다. 대학은 학생 성장과정과 지속성을 들여다보겠다고 하지만, 교사들은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한 선발 과정을 요구하고 있다. 교사와 입사관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아이들이 3년 동안 열심히 뛰고 공부한 내용을 종이 몇장에 모두 기록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대학은 아이들 3년 활동과정을 단 몇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평가해버리잖아요." "어느 대학 입학사정관들도 학생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학교에 찾아가보겠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원론적인 지적과 주문만 하고 있는 것이지요. 아직도 대학이 '갑'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하네요."
원탁토의에 참석한 광주광역시 한 고교 교사가 쓴 소리를 했다. 고교 학생활동을 아무리 압축하고 중요한 내용만 골라 담는다 해도 학생의 성장 가능성을 완벽하게 기록하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원탁토의 테이블에서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평가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학생부종합전형(공교육)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고교 교사들의 이야기가 쏟아졌다. 이미 학교현장에서는 학생 성장중심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이 아이들의 이러한 활동과 수업, 학교의 특성과 교육철학을 좀 더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대학이 입사관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학교에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양정기 광주광역시 교육청 교육국장은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진로를 찾거나,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며 "교사들은 아이들의 이러한 활동을 꼼꼼히 지켜보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시 위한 평가에서 얼마나 벗어났나? = 지난달 30일 광주광역시 김대중 컨벤션센터에 '고교-입학사정관' 마지막 원탁토의가 열렸다. 광주광역시교육청, 전남북교육청 관계자, 교원, 입학사정관, 지역기업인 등 130여명이 참석했다.
'학생의 성장으로 공감하기' '학생성장을 위한 수업과 평가, 기록이야기' '향후 우리의 실천과 협력을 위한 기대'를 토의 주제로 잡았다. 특히 고교-대학 간 노력과 공유할 내용, 신뢰형성, 입시정책의 현장 안착을 위한 다양한 제안들도 나왔다.
앞서 교육부는 원탁토의 취지를 설명했다. 고교 교실수업의 변화를 선도하는 교사들의 노력이 입시라는 관문을 통과하면서 아이들 재능이 충분히 발휘되기를 기대했다. 조훈희 교육부 교수학습평가과장은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제 공교육의 변화도 불가피하다"며 "학생 개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교육이 아이들에게 맞춰나가야 한다"고 원탁토의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입사관은 "성장의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선발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성적이 부족해도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에 점수를 높게 줘 입학시키면 학교나 부모들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교사들도 학생 선발과정에 아쉬운 점과 개선점을 쪽지에 적었다. "왜 대학에서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자발성을 보장하는 입학전형을 공개하지 않나요?" "학생부 기재 분량 축소로 학생 성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질문도 쏟아졌다. "서류(생기부, 자소서)만 보고 학생을 정확하게 평가 할 수 있나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갖고 평가하는 요소는?" "교사가 평가를 받는 기분입니다. 학생을 선택할 수 있는 곳이 대학이에요. 그래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학생을 뽑으려고 너무 서류에 집중하시는 게 아닌가요?."
학생 성장을 어떻게 지원할것인지를 놓고 고교와 대학의 역할을 논의했다. 교사들은 서술형을 늘려 가면 아이 사고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학생 활동에 교사들의 관심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입학 후 전공과 진로를 찾아가기 위해 선발 과정이 좀 더 구체적이고 전문적이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평생학습을 위한 교육과 선발과정 필요 = 입사관들은 교사들의 수업과 기록, 평가를 존중하고 신뢰한다고 말한다. 입시만을 위한 학생부기록이 아니라, 학생의 진로와 평생학습이 될 수 있는 방향키 같은 역할이 되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입사관은 "꿈이 없었던 학생이 진로 상담을 통해 희망진로를 찾고,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여 목표를 향해 가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교사들은 이러한 감동 사례가 얼마나 되고, 객관성이 있는지 되물었다. 입사관들의 주문은 모두 교사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과 잠재력을 평가한다고 하지만 객관성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됐다.
결국 성적순으로 짤리고, 적성과 지속 가능성은 뒷전으로 밀리는 선발 시스템이 아닌지 궁금해 했다. '수능+학생부종합전형'은 '2015 개정교육과정'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교에서는 미래인재를 위해 다양성과 융합수업을 진행하는데 대학교육과 연계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교사와 입사관들은 "학생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대학입학 전형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고교 교사들은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팩트 위주로 평가하고 기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이들의 평생학습과 창의력 향상을 위해 교육환경 개선이 시급하고 '교과 간 융합수업'이 왜 필요한지 좀 더 구체적으로 토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교사들은 대학과의 신뢰관계도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대학(교수)이 수업과 운영과정, 미래사회를 어떻게 진단하고 설계하며 학생 교육으로 이어지는지 투명한 공개를 주문했다.
좌담회에서는 안정적 선발과 정책 안착에 대한 대안도 나왔다. 대학-고교 간 협력 방안에 대해 백광진 교수는 "선생님들이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잡무 및 행정업무를 줄여야 한다"고 교육부와 교육청에 주문했다. 특히 고교학점제와 성취평가제가 도입에 따른 학생부종합전형의 변화 과정을 우려했다. 김세창 수석교사는 "200~30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평가·기록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를 위한 교육과정과 시스템이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학생성장을 위해서는 시간과 공간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좌담회 참석자
김세창(대전 전민고 지구과학)수석교사, 백광진(중앙대 입학처장)교수, 민계홍(국제한식 조리학교) 교장, 박현주(조선대 화학과)교수, 김서영(조선대 화학교육과4학년) 학생, 이상수(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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