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집' 사라진 거리 청년가게가 채운다

2019-07-10 11:19:18 게재

성북구 주민들과 손잡고 불법업소 정돈

37곳 중 10곳 폐업 … 빈집서 청년 창업

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삼양로 일대. 어린이들은 각종 체험과 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주민들로 구성된 동아리는 그간 갈고닦은 솜씨를 한껏 뽐냈다. 국민대 창업보육센터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과 인근에 거주·활동하는 주민·예술가들은 중고물품과 예술·공예품을 들고 나와 작은 가판대를 꾸몄다. 성북구 보건위생과와 성북문화재단이 함께 꾸민 시민시장 '두근두근 별길마켓' 풍경이다. '찻집'으로 불리는 불법유해업소가 떠난 자리에 청년가게가 들어오는 걸 축하하는 잔치였다.

달라진 거리풍경 어때요? | 성북구가 민선7기 출범과 동시에 삼양로 불법유해업소를 집중 단속, 업종 전환과 자진폐업 등을 이끌어내고 그 거리를 청년창업 공간으로 바꿨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별길마켓에는 길음뉴타운 주민 등 5000여명이 방문했다. 사진 성북구 제공


성북구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길음역부터 미아초등학교까지 삼양로 일대 골목에 포진해있던 찻집 형태 유해업소 37곳 가운데 10곳이 문을 닫았다. 나머지도 업종전환이나 폐점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구청장 지시사항으로 거리환지 개선사업을 시작한지 1년만에 거둔 성과다.

삼양로 일대 환경을 쾌적하고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주민들 요구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이승로 구청장 역시 지난 지방선거 당시 '불법유해업소 단속을 통한 생활환경 개선'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성북구는 민선 7기 출범과 동시에 '위해업소 단속 전담반'을 꾸리고 주민들로 구성된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을 위촉, 민관 합동으로 유해업소 지도·점검을 해왔다. 업소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심리적 불편을 느끼도록 유해업소 퇴출에 힘을 모아달라는 현수막과 안내문도 거리 곳곳에 내걸었다.

지역 경찰서와 교육지원청도 정보를 공유하며 힘을 보탰다. 한층 실효성 있는 단속을 위해 유해업소 근절 실무협의회도 꾸렸다. 영업주에는 자진 폐업이나 업종을 전환하도록 유도했고 필요로 하는 이들에는 일자리를 알선했다. 건물주가 찻집에 다시 세를 주지 않도록 동참을 요청했다. 이승로 구청장은 "20~30년간 불법영업을 일삼던 거리에서 10곳이 스스로 문을 닫았고 나머지 업소도 업종을 바꾸거나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며 "주민들 관심과 참여의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불법업소가 떠난 자리에 또다시 비슷한 업소가 들어오는 걸 막고 그간 활력을 잃은 거리를 살리기 위해 청년 주민 예술가가 힘을 모았다. 침체된 거리를 정비,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구심점으로 만들기로 하고 우선 빈 가게를 청년창업공간으로 바꿨다.

7일 삼양로 일대를 달군 '두근두근 별길마켓'과 함께 청년가게 1호점인 '낭만덮밥' 개업식이 열렸다. '정직한 재료로 정성껏 요리한다'는 목표를 내건 일본식 덮밥가게를 필두로 문화와 예술, 다양한 재능을 겸비한 청년창업가들이 새롭게 거리를 채울 예정이다. 유해업소 밀집거리가 청년들은 도전을, 업소를 운영하던 업주들은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기회의 거리로 탈바꿈한 셈이다. 성북구는 이날 별길마켓과 청년가게 개업식에 '민선 7기 출범 1년'과 '성북구청 개청 70주년' 의미를 담아 주민들과 함께 축하했다. 길음뉴타운 주민 등 5000여명이 행사장에 방문, 지역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성북구는 낡은 건물 외벽을 정비해 거리 분위기를 밝게 바꾸는 동시에 유해업소 근절 문구를 담은 도로경계석과 조명을 설치할 예정이다. 9월 말에는 또한차례 별길마켓을 열어 주민과 예비창업자들이 어우러지도록 할 계획이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주민들이 꺼리던 삼양로 일대가 청년창업 특화거리로 변신, 청년들이 도전하고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거리가 됐다"며 "불법유해업소가 나간 자리에서 새롭게 생업을 이어가는 청년창업가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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