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난리통 속 침묵 택한 국민의힘 의원들…도대체 왜?

2026-02-23 13:00:01 게재

친한계·소장파 30여명, 장동혁 비판 … 나머지 80여명 침묵

총선 공천에만 매달려, 당 지도부는 비판 안하는 게 ‘불문율’

한동훈에 냉랭한 당심 의식 … 지방선거 공천권도 변수 부각

국민의힘이 ‘윤석열과의 절연’을 둘러싼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 ‘장동혁 대표 사퇴’를 주장하지만, 대답 없는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이 소수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다수 의원은 방관 또는 방조하는 모습이다. 침묵으로 장동혁체제 유지에 사실상 동의한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다수 의원이 당 내홍에 입 닫은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 천막농성장 자리 지키는 송언석 원내대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23일 국회 본청 앞에 마련한 정권비리 3대특검 추진 및 사법장악 3대악법 저지를 위한 천막농성장에서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23일 국민의힘은 ‘장동혁 기자회견’ 후폭풍으로 여전히 몸살을 앓는 모습이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다음날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다”라며 판결을 부정하는 회견을 가졌다. 친한계와 소장파는 맹렬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23일 오전 의원총회에서도 장 대표 거취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장 대표가 지방선거 전은 물론 이후에도 사퇴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전체 107명 가운데 30여명에 불과한 친한계·소장파를 제외한 다수 의원(80여명)이 누구 편도 들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소수에 그치고, 다수가 방관 또는 방조하면서 ‘장동혁 사퇴론’이 힘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80여명에 달하는 다수 의원은 왜 침묵을 택했을까. 총선 공천을 정치행보의 제1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공천=당선’인 영남권 의원들은 공천권을 쥔 지도부에게는 쓴소리하지 않는 게 불문율로 통한다고 한다. 국민의힘 전직 당직자는 “영남의원들은 자신의 공천만 보장되면 누가 당권을 쥐든, 지방선거에서 이기든 지든 신경 쓰지 않는다. 장동혁 지도부가 (2028년 총선) 공천권을 가질 지 불분명하지만,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는 전제 아래 장 대표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 의원의 침묵에는 당심(당원들의 마음)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3~5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이 장 대표에 대한 평가를 물은 질문에 ‘잘한다’ 27%, ‘잘못한다’ 56%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잘한다’ 57%, ‘잘못한다’ 33%로 장 대표에 대해 호평했다. 한동훈 전 대표 징계에 대한 한국갤럽 조사(1월 20~22일)에서 ‘적절하다’ 33%, ‘적절하지 않다’ 34%로 비슷하게 나왔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적절하다’ 48%, ‘적절하지 않다’ 35%로 ‘적절하다’가 많았다. 의원들 입장에서는 ‘친장동혁’ ‘반한동훈’에 무게가 실린 당심을 의식해 친한계 편을 드는 대신 침묵을 택한다는 분석이다.

100일 앞으로 닥친 지방선거 공천도 내분 사태의 변수로 꼽힌다. 지방선거에는 현역의원들의 도전이 잇따를 전망이다. 대구시장에는 이미 주호영 윤재옥 추경호 유영하 최은석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서울시장에는 나경원 안철수 신동욱 의원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경남지사에는 김태호 윤한홍 의원이 거론된다. 출마를 노리는 현역의원 입장에선 지도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본인이 직접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지역구에 위치한 기초단체장 공천권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최근 인구 50만명 이상이거나 최고위가 의결한 기초단체장 공천권을 중앙당 공관위로 가져가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실상 현역의원이 좌지우지했던 기초단체장 공천권을 중앙당이 뺏어간 것. 의원 입장에선 어떻게든 자신에게 우호적인 기초단체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중앙당 눈치를 보게 됐다는 지적이다.

다수 의원의 침묵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장 도전에 나선 윤희숙 전 의원은 23일 SNS를 통해 “그간 많은 의원들이 사석에서만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말하고 당 대표를 비판할 뿐, 공적으로 침묵해왔다. 이런 침묵 때문에 ‘윤 어게인’이 당의 노선이라도 되는 것처럼 비춰져왔던 것”이라며 “오늘(23일) 국민의힘 의총을 많은 이들이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침묵으로 일관해온 다수 의원이 ‘입’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의원들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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